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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스트레스, 부모의 뇌까지 바꾼다

배진경·입력 2026. 07. 08. 오후 4:00:00
우울이 매개고리, 학령기 자녀 어머니 167명 뇌영상 분석
양육 스트레스는 우울을 거쳐 부모의 뇌에 흔적을 남겼다
양육 스트레스는 우울을 거쳐 부모의 뇌에 흔적을 남겼다 / ⓒ 브레스저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육아가 수월해진다고들 한다. 한국뇌연구원(KBRI) 인지과학연구그룹 정민영 박사 연구팀이 8일 내놓은 결과는 그와 다르다. 연구팀은 육아 스트레스와 우울이 부모의 뇌 형태와 기능에 영향을 주는 신경생물학적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마음이 힘들다는 호소가 뇌영상 지표로도 확인됐다는 뜻이다.

연구 대상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학령기 자녀의 어머니 167명이었다. 자녀 평균 연령은 약 9.2세. 모두 주 양육자였다.

연구팀은 표준화된 양육 스트레스 검사와 우울증 척도, 불안 척도를 포함한 정밀 심리검사 결과에 MRI 뇌영상 지표를 붙여 통합 분석했다. 심리검사 점수만 보거나 뇌영상만 보는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던 연결을 찾으려는 설계였다.

결과는 좌측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에서 나타났다. 우울이 심한 부모는 우울이 거의 없는 부모와 견줘 이 부위의 표면적이 작았고, 다른 영역과의 기능적 연결도 약했다. 기억과 정서 처리에 관여하는 곳이다.

통계 모형 분석에서 양육 스트레스가 뇌를 곧바로 바꾸지는 않았다. 부모의 우울 정도에 따라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뇌 형태·기능 변화량이 달라졌다. 우울이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이 분야 연구는 출산 전후 산모나 영유아기 부모의 초기 스트레스와 우울에 쏠려 있었다. 아이가 자라면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셈. 이번 연구는 그 전제를 검증 대상으로 올렸다. 논문 제1저자는 KBRI 정용전 연구원이며, KBRI 기본사업과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다.

서울시민이 꼽은 양육 부담 1위는 교육비, 2위는 주거비였다
서울시민이 꼽은 양육 부담 1위는 교육비, 2위는 주거비였다 / ⓒ 브레스저널

연구 참여자가 모두 어머니라는 점은 해석의 폭을 제한한다. 아버지나 공동 양육자에게 같은 경로가 작동하는지는 후속 연구가 답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같은 시기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생활 쪽 부담이 드러났다. 사는 동네가 아이 키우기에 적합하냐는 물음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그렇다고 답했고, 3명가량은 동의하지 않았다. 지역 보육 정책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에서는 긍정이 근소하게 앞섰으나 부정도 40%를 넘겨, 오차범위 안에서 갈렸다. 동네 환경에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 정책 체감도는 반으로 쪼개진 것이다.

부담 1순위로는 자녀 교육비가, 2순위로는 주거비가 꼽혔다. 돌봄 관련 항목을 합치면 39%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필요한 지원을 묻는 문항에서 양육비·주거비 지원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 오차범위 안에서 최상위를 함께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민선 9기 출범 직후부터 긴급·틈새 보육 기관을 늘리고, 교육복지 정책 '서울런'의 수혜 대상을 5만 명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돈과 시설로 부담을 덜어내는 접근이다.

KBRI 연구는 다른 대응 지점을 가리킨다. 양육 부담이 우울을 키우고, 우울이 뇌에 흔적을 남긴다면 돌봄 정책의 점검 목록에 부모의 정신건강 상태가 들어가야 한다. 보육시설 확충과 양육자의 우울 관리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든 뒤에도 양육 부담이 부모의 우울을 거쳐 뇌 지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양육자의 정신건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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