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사흘 사이에 세 곳이 움직였다. 부산 사하구는 10일 사하구장애인종합복지관과 사하두바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해온주간보호센터 등 3개 기관과 장애인 복지기관 통합돌봄 네트워크 협약을 맺었다. 같은 날 거제시는 통합돌봄 대상자 집중 발굴에 들어갔고, 하루 뒤 과천시는 모든 동 행정복지센터에 맞춤형복지팀을 갖췄다고 알렸다. 내년 3월 시행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체계가 굳어가는 중이다.
통합돌봄 제도가 올해 3월 시행되면서 지자체마다 받을 체계를 갖춰야 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보건·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중장기 재편 전략'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보건과 의료, 요양, 복지가 저마다 다른 재원과 운영기관으로 나뉘어 있어 고령층이 창구를 몇 번씩 다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나라에서, 이 반복 방문의 총량은 해마다 불어난다. 보고서는 시·군·구에 통합돌봄 지원센터를 두고 신청부터 종합평가, 맞춤형 돌봄계획 수립까지 한 곳에서 끝내는 한국형 지역 통합지원체계를 내놨다.
제안에는 사람 이름이 붙은 항목도 있다. 돌봄 코디네이터와 통합 사례관리자를 공식 직무로 제도화하자는 것, 기관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통합지원 정보시스템을 만들자는 것. 중장기로는 사업별 칸막이를 낮춘 포괄보조금 성격의 통합예산, 복지관 종류에 따른 이용 장벽 완화, 그리고 성과평가를 '재가 생활 유지'처럼 삶이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를 보는 쪽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담겼다. 협약 건수로 평가받는 사업과 재가 생활 유지로 평가받는 사업은 담당자가 오늘 무엇을 할지를 다르게 만든다.
과천시는 종전에 중심 동 몇 곳을 묶은 '권역형'을 운영했고, 참여하는 동에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동에 사는 사람 사이에 서비스 차이가 생겼다. 이번에 전 동 '기본형'으로 바꾸면서 사회복지직 팀장과 통합돌봄 전담 간호직을 배치했다. 간호직 공무원은 65세 이상 어르신과 중증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건강상태를 살피고, 필요하면 보건소나 지역 의료기관으로 연결한다. 집에 사람이 오는 방식이라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
거제시는 기다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6주 동안 집중 발굴 기간을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협약 의료기관 4개소와는 퇴원환자가 동네로 돌아올 때 돌봄서비스로 이어지도록 연계를 강화한다. 면·동별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통합돌봄 담당자를 1:1로 찾아가 컨설팅도 한다.
경기도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지자체를 거든다. 고양시는 11일 민경선 고양특례시장과 안혜영 경기도사회서비스원장이 만나 2026년 통합돌봄 지원사업 협약에 서명했다. 고양시가 이 사업 수행지역으로 뽑혔고, 협약에는 지역 맞춤형 개선과제 도출과 복지자원 연계 강화, 통합돌봄 운영 매뉴얼을 현장에 적용하고 넓히는 일이 들어갔다.
가족을 돌보는 사람의 부담을 덜기 위한 신규 '돌봄프렌즈' 사업도 함께 시작한다.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 체계는 민선 9기 핵심 공약이고, 이번 협약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추진됐다. 이천시도 지난 4일 같은 기관과 매뉴얼 개발과 의료·요양·돌봄 연계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 마포구는 조직 자체를 손봤다. 12일 청년정책과와 통합돌봄과를 신설하는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흩어져 있던 비슷한 업무를 한 과로 모으는 취지다.
같은 '통합돌봄'이라는 이름 아래 사하구는 장애인 복지기관을 묶었고, 과천시는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을 함께 보며, 고양시와 이천시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시민을 말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제안은 고령층이 여러 창구로 흩어지는 문제를 겨눈다. 이름이 같다고 이용자가 겪는 경로까지 같아지지는 않는다.
협약과 조직개편의 효과는 이용자가 실제로 거치는 창구 수에서 확인된다. 퇴원한 노인이 요양 신청과 복지 상담을 위해 몇 곳을 돌았는지, 개편 뒤 그 횟수가 몇으로 줄었는지가 그 지표다.
거제시의 집중 발굴은 9월 18일에 끝난다. 그때 발굴된 사람들이 어디로 연결됐는지가 첫 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