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통장에 찍히지 않는 926만 원

배진경·입력 2026. 08. 18. 오전 7:21:00
현물복지가 지니계수 0.044, 빈곤율 4.8%p를 끌어내렸다
현금으로 오지 않는 복지가 가계를 아래에서 받친다
현금으로 오지 않는 복지가 가계를 아래에서 받친다 / ⓒ 브레스저널

병원 창구에서 진료비를 낼 때 환자가 보는 것은 본인이 낸 돈뿐이다. 건강보험이 대신 치른 몫은 영수증에 한 줄로 적힌다. 국가데이터처가 18일 발표한 '사회적현물이전을 반영한 소득통계 작성 결과'는 그 몫을 소득으로 환산했다. 2024년 한 가구가 이런 식으로 받은 서비스의 값은 평균 926만 원, 가구소득의 12.5%였다.

사회적현물이전은 정부가 현금 대신 서비스와 상품으로 건네는 복지를 말한다. 무상교육, 무상보육, 무상급식, 건강보험 의료비 지원이 여기 들어간다.

이 몫을 소득에 더하자 불평등 지표가 눈에 띄게 움직였다. 지니계수는 0.325에서 0.281로 0.044 내려갔고, 상대적 빈곤율은 15.3%에서 10.5%로 4.8%포인트 낮아졌다. 100가구 가운데 다섯 가구 가까이가 받은 서비스 덕분에 빈곤선 위로 올라선 뜻이다. 조정가구소득은 8353만 원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받은 현물복지는 연 727만 원, 상위 20%인 5분위는 1253만 원이다. 절대액은 위로 갈수록 크다. 그런데 이 금액이 각자의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반대다. 1분위는 46.8%, 5분위는 7.2%다.

1552만 원으로 한 해를 사는 가구에게 727만 원어치 서비스는 살림의 절반에 가깝다. 1억7338만 원을 버는 가구에게 1253만 원은 열넷 중 하나다.

받는 내용도 분위마다 갈린다. 1분위가 받은 현물복지의 88.0%는 의료다. 2분위도 67.1%가 의료였다.

반면 5분위는 교육이 57.0%로 가장 크고, 4분위도 교육이 51.3%다. 아래쪽 가구는 의료에서, 위쪽 가구는 교육에서 지원을 받는다.

가구주 나이로 나누면 액수 차이가 크다. 40대 가구가 1499만 원으로 가장 많이 받고, 50대 974만 원, 60대 이상 797만 원, 39세 이하 572만 원 순이다. 40대는 가구소득 대비 비율도 16.1%로 가장 높다.

같은 금액이라도 살림 크기에 따라 채워지는 정도가 다르다
같은 금액이라도 살림 크기에 따라 채워지는 정도가 다르다 / ⓒ 브레스저널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시기에 국가의 지원이 몰린다. 30대 이하에서는 보육이, 60대 이상에서는 의료가 상대적으로 크다.

가구원이 늘수록 액수도 커진다. 1인 354만 원, 2인 673만 원에서 4인 1914만 원, 5인 이상 3019만 원으로 뛴다. 사람 수가 넷을 넘는 가구에서는 교육과 보육이 현물복지의 70% 넘게 차지한다.

전체 926만 원을 부문으로 쪼개면 의료가 488만 원(52.8%), 교육이 377만 원(40.7%)이다. 둘을 합치면 93.5%. 보육은 32만 원(3.5%), 바우처 등 기타가 28만 원(3.0%)에 그친다.

전년과 견주면 의료는 3.5% 늘었고 교육은 3.4%, 보육은 7.2% 줄었다. 전체 증가율이 0.4%에 머문 배경이 여기 있다.

교육과 보육이 왜 줄었는지는 이번 발표에 설명이 붙지 않았다. 학령인구 변화인지 제도 개편의 영향인지는 부문별 지출 내역을 따로 들여다봐야 가려진다.

복지 예산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은 대개 세출 항목의 크기를 두고 오간다. 이 통계는 그 지출이 가계로 흘러 들어간 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료와 교육, 보육으로 흩어져 있던 지원을 합치면 한 가구의 1년 소득 여덟 분의 일이 된다.

1분위 가구가 받은 현물복지의 88%가 의료라는 결과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조금만 좁아져도 어느 쪽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지 알려준다.

발표 자료에 담긴 시계열이 앞으로 몇 해 더 쌓이면, 제도가 바뀔 때마다 어느 분위의 어느 항목이 움직이는지 추적할 길이 열린다. 올해 통계에서는 현금 소득만 보던 눈금 곁에 진료와 교육, 보육에 쓰인 값을 더한 눈금이 함께 놓였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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