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상장사 801개사가 분석대에 올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7월 23일 'ESG공시, 누가 왜 하는가: 자발적 공시의 결정요인 분석'을 내고, 기업특성과 자본시장 압력, 글로벌 탄소규제가 ESG 자율공시 여부를 어떻게 가르는지 비교했다. 기업특성에는 자산과 업력, 부채가 들어갔고 자본시장 압력 항목은 국민연금 투자액과 외국인 지분 비중으로 잡혔다. 탄소규제는 배출권거래제와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대상 여부로 구분했다.
결과에서 두드러진 것은 자본시장 쪽이었다. 자산규모 변동요인이 1 커질 때 자율공시 확률이 1910배, 국민연금 투자액 변동요인이 1 늘어날 때 1442배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율만 놓고 보면 규모의 힘이 앞서지만, 두 요인의 크기 차이는 크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 김윤희 분석관은 국민연금 투자규모가 클수록 공시 확률이 올라가는 결과를 두고 스튜어드십 활동이 실효적 정책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배율을 곧이곧대로 읽기는 어렵다. '변동요인 1'이 어느 단위로 1인지, 그 배율이 어떤 추정 방식에서 나온 값인지는 발간 자료에 붙어 있지 않다.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는 읽히지만 크기는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수치다.
업력에서는 반대쪽 흐름이 나왔다. 업력 23년 미만 기업의 자율공시율은 41.5%였고, 64년 이상 기업은 22.6%에 그쳤다. 두 구간의 차이는 18.9%포인트다. 오래된 기업이 규모도 크고 자산도 많다는 통념과 어긋나는 결과인데, 자료에는 두 구간 사이 중간 업력대의 공시율이 제시되지 않아 곡선의 모양까지는 따라가기 어렵다.
이 분석이 나온 시점은 제도 일정이 막 확정된 직후다. 정부는 2026년 7월 8일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7 회계연도분부터, 즉 2028년 공시부터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가능성 공시를 법정공시로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2026년 2월 의견수렴안과 견주면 연결자산 기준선이 30조원에서 10조원으로 내려왔고, 거래소공시를 거쳐 법정공시로 넘어가는 2단계 방식도 곧바로 법정공시로 바뀌었다. 공급망 배출량인 스코프3 공개는 2031년 이후로 밀렸다.
제도 이름도 바뀌었다. 'ESG 공시'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됐다.
의무화 대상 밖에 있는 기업들에게 2028년까지는 자율의 영역이다. 그 영역에서 무엇이 공시를 끌어내고 있는지를 이번 분석이 보여준다. 자산 10조원 미만 기업 다수는 법정 의무를 지지 않지만, 국민연금이 상당한 지분을 들고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물론 자산규모와 국민연금 투자액이 서로 얽혀 있을 가능성은 남는다. 큰 기업에 연기금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의무화를 시행 중인 유럽의 수치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EFRAG '2026년 현황 보고서'를 보면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적용 기업의 69%가 기후 전환 계획을 공개했다(2025 회계연도 기준). 2024 회계연도의 55%에서 14%포인트 올랐다.
같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57%가 1.5도 경로에 부합하는 탈탄소 목표를 세웠고, 63%는 임원 보상을 그 목표에 걸었다. 이 조사는 제3자 감사를 거친 2025 회계연도 지속가능성 보고서 905개를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18개 문항으로 훑었다.
나라별로도 편차가 크다. 스페인이 89%로 가장 높고 프랑스 85%, 덴마크 81%가 뒤를 이었다. 업종으로 보면 부동산업이 95%로 가장 높았으며 행정·지원 서비스업 82%, 은행업 78% 순이었다.
자산을 오래 보유하는 업종과 자금을 대는 업종이 위쪽에 몰려 있다. CSRD 보고 기업은 ESRS 10개 주제 가운데 평균 6.4개를 중요 주제로 골랐고, 'E1 기후변화'와 'S1 자체 인력'이 각각 99%, 'G1 사업 수행'이 95%로 가장 자주 지목됐다.
두 수치를 곧바로 맞대어 놓기는 어렵다. 유럽 69%는 의무공시 체제 안에서 기후 전환 계획을 공개한 비율이고, 국내 41.5%와 22.6%는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자율로 공시한 비율이다. 출발선이 다르니 높낮이를 비교할 대상도 아니다.
견줄 만한 것은 무엇이 기업을 움직이느냐다. 유럽에서는 CSRD 적용이, 국내에서는 국민연금 투자 규모가 공시를 끌어낸 요인이었다.
실무 쪽 움직임도 이어진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와 검증 - 공시 의무화 시대의 나침반』 개정증보판이 2026년 7월 13일 발행됐다. 초판이 2025년 1월에 나왔으니 1년 반 만이다. 저자는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 부회장과 이투데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재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다.
첫 법정공시는 2028년에 이뤄진다. 그 공시가 담을 실적은 2027 회계연도분이므로, 대상 기업의 데이터 수집 체계는 그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돌아가야 한다. 자산 10조원 문턱 아래에 있는 기업들의 공시 여부를 실제로 가르는 것이 무엇인지, 국회예산정책처의 이번 분석은 하나의 답을 내놨다. 배율의 크기는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