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제조기업과 석유화학 4사가 2026년 상반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끝낸 반면,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 발표는 2026년 6월 30일 예정일을 넘겼다. 당정협의 일정이 취소되면서 발표가 보류됐다. 공시 대상과 방식, 법정공시 전환 여부, 스코프3 유예 범위 같은 핵심 쟁점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2026년 들어 로드맵 공개 시점은 1분기에서 4월 이후로, 다시 6월 말로 옮겨졌고 그 6월 말 일정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반년 사이 네 번째 조정이다. 새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제도가 멈춰 선 동안 기업의 보고 주기는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재무 성과와 함께 ESG 성과·리스크를 해마다 공개하는 자율 자료로, 법적 의무 공시에 해당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2026년 6월 26일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환경·사회·거버넌스 세 분야의 전략과 성과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등 주요 제조기업도 올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6월 말로 발간 절차를 마무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26년 7월 2일까지 등록된 내용을 보면, 6월 30일 LG화학을 끝으로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을 포함한 4사가 모두 보고서 제출을 마쳤다고 공시했다. LG화학 대표이사는 김동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백종훈이다.
4사 보고서에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서 비롯된 범용 석유화학 공급과잉,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원가경쟁, 주요 해외 시장의 자국우선주의 확산이 경영 리스크로 공통 기재됐다.
확정되지 않은 쟁점의 폭은 초안과 이후 알려진 내용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초안이 제시한 적용 순서는 첫 해 연결자산 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 이듬해 10조 원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넓히는 방식이었고 시작 연도는 2028년이었다. 그런데 최종안에는 시행 첫 해인 2028년부터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법정공시 의무를 지우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거론된다. 어느 쪽이 확정본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공시 채널을 두고도 두 서술이 엇갈린다. 초안은 거래소 공시로 운영을 시작한 뒤 제도가 안착하면 법정공시 전환을 검토한다는 단계적 접근이었으나, 최종안은 시행 시점부터 법정공시로 못 박는 쪽이다. 스코프3도 마찬가지다. 초안은 배출량 산정과 추정 기반을 갖추는 데 필요한 기간을 감안해 2031년을 개시 연도로 적었지만, 최종안 관련 서술은 3년 유예 유지 가능성만 언급하고 있어 연도가 특정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이 차이는 준비 범위와 비용을 좌우한다. 30조 원 기준과 10조 원 기준은 적용 대상 기업군 자체를 다르게 만들고, 거래소 공시와 법정공시는 검증 수준과 책임 부담이 같지 않다. 이중 중대성 평가를 고도화해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SKC 사례처럼, 일부 기업은 제도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공시 체계를 손보고 있다.
당분간 관건은 당정협의 재개와 그에 이어질 최종안 공개 시점이다. 시행 첫 해로 거론되는 2028년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확정 시점이 늦어질수록 기업이 대응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동안 자율 보고서는 매년 나오고, 그 안에 담긴 데이터는 의무 공시로 옮겨갈 때 그대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