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지속가능성 규율이 두 갈래로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탄소·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자 운용자산 12조 유로 규모의 투자자들이 시장을 흔들지 말라는 취지로 반발했다. 같은 시기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기업 넷제로 표준 2.0을 확정 발표하며 이행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갔다. 공시 의무는 느슨해지는 흐름, 감축 목표 검증은 빡빡해지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태다.
SBTi의 새 표준은 2027년 2월 적용된다. 기존 표준은 2027년 말까지 병행 운영되므로, 두 체계가 겹치는 기간이 약 11개월 존재한다. 적용 개시와 병행 종료의 정확한 날짜는 확정 고지되지 않았다.
표준 2.0의 핵심은 '최선의 노력(best efforts)' 프레임워크 도입이다. 기업은 목표를 선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행을 가로막는 장벽과 그에 대한 보완 조치를 공개해야 한다. 목표 달성 여부만 보던 평가에서, 달성하지 못했을 때 무엇을 했는지까지 보는 평가로 범위가 넓어졌다.
목표 설정 방식도 손봤다. 스코프 1·2·3 각각의 설정 방식을 세분화했고, 전환계획이 차지하는 비중을 키웠다. 전력·원자재 인증 같은 시장 수단은 사용을 허용하되 실제 감축이 우선한다는 원칙은 유지했다. 세분화의 구체 요건은 공개 범위 밖이다.
EU 쪽 움직임은 반대편이다.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 부담을 덜어주는 이른바 옴니버스 형태의 완화가 추진되자, 투자자 진영에서 공개 반발이 나왔다. 12조 유로라는 규모는 이 반발의 성격을 보여준다. 규율 유지를 요구하는 쪽에 대형 자산운용 진영이 섰다.

이 대비는 한국 제도 설계에 곧바로 걸린다. 금융위원회는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이달 안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국내 논의는 'K-GX 정보인프라' 맥락에서 글로벌 흐름과의 정합성 문제와 함께 다뤄져 왔다. 글로벌 규율이 하나로 정렬되지 못한 국면에서 로드맵이 나오는 것이다.
인증 문제도 함께 올라와 있다. 공시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시 의무화와 인증(제3자 검증) 의무화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기업 준비 상황 등으로 동시 시행이 어렵다면 공시 의무화 1년 후 인증 의무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도 붙었다. 이 1년의 기산 시점은 로드맵이 나와야 정해진다.
인증의 적용 폭에 대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제시됐다. 도입 초기에는 일부 정보만 인증 대상으로 두고 이후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 인증 기준은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의 인증 관련 입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업 실무에는 두 일정이 동시에 걸린다. 하나는 이달 발표를 목표로 한 국내 공시 로드맵, 다른 하나는 2027년 2월 시작되는 SBTi 새 표준이다. 국내 로드맵이 인증 의무화를 어느 시점에 어느 범위로 걸지에 따라 준비 부담의 시작점이 달라지고, SBTi 검증을 받은 기업이라면 2027년 말 병행 종료 전에 목표를 새 체계로 옮기는 작업이 따로 필요하다. 두 일정이 겹치는 구간은 2027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