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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최종안 5월로 밀렸다, EU는 항목 70% 감축

플래닛·입력 2026. 05. 09. 오후 2:34:00
2028년 30조원 이상 적용 초안에 국민연금은 2027년 시작 요구
국내 공시 일정이 밀리는 동안 국제 기준도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 공시 일정이 밀리는 동안 국제 기준도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 ⓒ 브레스저널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과 지배구조 정보를 의무로 알리게 하는 ESG 공시 최종안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25일 로드맵 초안을 내놓았고, 현재 자율에 맡겨진 공시를 의무화하는 최종안을 조율 중이다. 목표 시점은 1분기에서 4월을 넘겨 5월로 넘어왔고, 이달 초까지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은 ESRS 공시 데이터 항목을 70% 줄이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초안의 뼈대는 단계 적용이다. 2028년부터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의무 대상으로 삼고, 첫 해 적용 기업은 58곳으로 파악된다. 가치사슬 전반의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에는 3년 유예를 두어 2031년부터 적용한다.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로 운영한 뒤 법정 공시로 전환한다는 서술을 담았으나, 전환 시점은 초안에 적히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26년 3월 30일 서원주 본부장 명의로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 등에 초안 보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요구안의 핵심은 시점을 두 해 앞당기는 것이다. 적용 회계연도를 2026회계연도로 당겨 2027년부터 공시를 시작하고, 대상을 연결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넓히라는 내용이다. 스코프3 유예도 1~2년으로 줄여 2029년 전후 의무화하고, 법정 공시 전환 시점을 로드맵에 명시하라고 했다.

초안과 국민연금 요구안 사이의 간격은 작지 않다. 자산 기준은 30조원과 2조원으로 15배 차이가 나고, 시행 연도는 2028년과 2027년, 스코프3 의무화는 2031년과 2029년 전후로 갈린다. 요구안대로면 대상 기업 수는 58곳에서 크게 늘어난다.

정치권의 개입도 이어졌다. 2026년 4월 초 당정협의회에는 금융위원회,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4개 기관이 참석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금융위 초안을 비판했다. 여당은 거래소 공시를 법정 공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은 관련 법안 6건을 발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포스코이앤씨 등의 산재 사망사고 이후 사망사고가 반복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하는 방식의 공시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이동진 청와대 성장경제비서관은 2026년 4월 초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해 별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 의견서 제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지 사흘 만이었다. 이 면담에 대한 청와대와 국민연금의 공식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국외 일정은 한국보다 앞서 있다. ESG 공시 의무화 시행 시점은 유럽이 2025년, 미국과 호주가 2026년, 일본이 2027년으로 정리된다. 한국의 초안 기준인 2028년은 이 가운데 가장 늦다.

그런데 가장 앞서 출발한 유럽이 ESRS 데이터 항목을 70% 줄이는 쪽으로 개편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국내 논의의 전제를 흔들고 있다. 감축의 기준 시점과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지연이 순수한 행정 지체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규범을 선도하던 지역이 요구 항목을 대폭 덜어내는 국면에서, 뒤늦게 출발하는 제도는 어느 수준에 맞출지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대상 범위를 넓히라는 연기금의 요구와 항목을 줄이는 국제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면, 최종안은 적용 대상과 공시 항목이라는 두 축을 따로 조정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든 초안 그대로 확정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초안 자체의 서술도 정리가 필요하다. 공시 대상 범위는 '자산 30조원 이상 상장사'와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자산 산정 기준과 시장 범위가 다르게 통용되고 있다. 별도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중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경계선에 걸리는 기업이 달라진다. 58곳이라는 수치도 이 기준이 확정돼야 의미를 갖는다.

기업들이 확인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최종안이 대상 기준을 연결자산으로 못박는지, 스코프3 유예를 3년으로 유지하는지다. 두 항목 중 하나라도 국민연금 요구안 쪽으로 움직이면 준비 기간은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발표 예정일은 다시 공지되지 않았고, 5월이 절반 남았다.

플래닛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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