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 생산원가의 35%가 전기료라는 수치가 2026년 9월 9일 국회 토론회 발표 자료에 담겼다. 산정 주체와 기준 연도는 발표 자료에 함께 실리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력다소비 전통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어디까지 제도로 받쳐줄 것인가가 쟁점이 됐다.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행사의 이름은 'K-GX(무탄소 전환)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토론회'다. 참석자들은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이 가격경쟁력을 지키면서 탈탄소 전환을 서두르려면 현행 PPA 제도가 좁다고 봤다. PPA는 지금 재생에너지에 한정돼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은 PPA 적용 전원을 재생에너지 이외의 무탄소 전원으로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철강과 석유화학이 오랜 기간 경제성장과 고용을 떠받쳐 왔다는 점도 덧붙였다. 확대 대상으로 원전과 SMR, 수소를 함께 거론한 발언도 토론회에서 나왔으나, 어느 범위까지가 합의된 요구인지는 발표마다 서술이 갈렸다.
가장 구체적인 요구를 내놓은 쪽은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전력비를 철강 탈탄소의 최대 난제로 지목하면서, 무탄소 전력 선택지를 재생에너지에서 원전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 전력을 PPA로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관련 제도를 손봐 달라는 요구가 뒤따랐다. 회사 측은 한국전력의 재정 상태보다 국내 철강산업의 존속을 더 급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철강 경쟁력이 무너지면 자동차와 조선, 건설로 여파가 번진다고 했다. 포스코는 탄소 다배출 기업으로 분류되며, 2026년 6월 공식 ESG 자료를 낸 바 있다.
발표 자료에는 공급 안정성에 관한 설명도 들어갔다. 24시간 연속 조업이 필요한 업종은 전력이 끊기지 않아야 탈탄소 설비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논리로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도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함께 언급됐다.
제도 설계 쪽 논의도 있었다. 녹색산업 전환 법제화의 4대 필요성과 원칙이 제시됐는데, 첫째로 꼽힌 것이 예측가능성이다. 회수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큰 탈탄소 설비투자를 기업이 감당하려면 정권 교체나 예산 주기를 넘어서는 법률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K-GX를 실현하려면 부처 간 중복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의 성격을 놓고는 온도차가 남았다. 같은 행사를 두고 검토 단계의 논의로 본 기술과 확대 제안으로 본 기술이 갈렸다. 한국전력이나 소관 부처가 이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도 이날 현장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무탄소 PPA를 열었을 때 전기요금과 한전 재무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수치로 제시된 추정은 없었다.
철강업계 요구가 실제 제도로 옮겨가려면 PPA 대상 전원을 규정한 현행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 개정 절차가 언제 어느 부처에서 시작되는지를 지켜볼 일이다. 원가의 35%라는 비율이 어떤 기준으로 산출됐는지 공개되면, 이 논쟁은 전원 구성의 선호를 겨루는 단계를 지나 비용 검증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