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녹색해운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의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부는 이와 함께 '제2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해 추진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친환경선박 889척의 전환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련 발표는 2026년 8월 27일 저녁부터 28일 오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녹색해운항로는 특정 항로를 지정해 저탄소·무탄소 연료 선박과 연료 공급 설비를 함께 갖추는 방식의 정책이다. 정부는 이번 특별법을 세계 최초의 녹색해운항로 관련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법률 시행 시점은 내년 4월로 파악된다. 하위법령 제정안이 입법예고 단계에 들어간 것은 그 시행 일정을 맞추기 위한 절차다.
제2차 기본계획은 국내외 기술환경과 정책여건 변화를 반영해 마련됐다. 추진 과제로는 친환경선박 전환 고도화, 친환경 해운산업 투자여건 마련, 전주기 탄소배출량 관리체계 구축 세 가지가 제시됐다. 정부는 친환경선박 개발·보급과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해운 탈탄소화의 두 축으로 규정했다. 과제별 예산과 집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889척이라는 규모는 민간선박과 공공선박을 합친 수치다. 두 부문의 척수 배분과 선종별 내역은 공개 전이다. 전환 대상 선박이 어느 쪽에 얼마나 몰리느냐에 따라 발주가 향하는 조선소의 성격도 달라진다. 대형 상선 위주라면 대형 조선소로, 관공선·연안선 위주라면 중형 이하 조선소로 물량이 흐르는 것이 통상적인 경로다.
정부는 지원 대상에 대형 조선소 대비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조선·기자재사를 포함했다. 이들 업체를 위해 친환경선박 설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설계 외의 지원 항목과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대형 조선소와 중소 업체 사이의 지원 배분 기준도 마찬가지다.

친환경선박 전환을 국내 조선업의 신규 일감 창출 수단으로 정부가 규정한 점도 이번 계획의 성격을 보여준다. 산업통상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제2차 기본계획 이행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선박 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조선 생태계의 일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K-조선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인공지능 전환 추진 방침도 함께 제시됐다. 일감 창출이라는 표현이 산업정책의 언어로 쓰였다는 의미다.
중소 조선·기자재사의 처지에서 설계 지원은 진입 문턱을 낮추는 항목에 해당한다. 저탄소 연료 추진 선박은 연료 탱크와 공급 계통의 설계 난도가 높아 자체 설계 역량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수주 자체가 어렵다. 반대로 실증과 인증 비용, 생산설비 개조 비용이 지원 항목에서 빠지면 설계 지원만으로 수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지원 항목의 폭이 확산 효과를 좌우하는 변수다.
전환 지원 규모를 두고는 889척과 900척 표기가 함께 나왔다. 반올림한 표현인지 별도 집계인지는 확정된 설명이 없다. 목표 연도 2035년의 기산 시점과 계획 기간도 정리된 형태로 제시되지 않았다.
하위법령 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 제출을 받는다. 조문에 지원 대상과 요건이 어떻게 적히느냐에 따라 889척의 물량이 어느 규모의 사업장까지 닿을지가 결정된다. 특별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확인해야 할 것은 조문의 문구다. 889척은 목표치이고, 그 목표를 나눠 가질 명단은 시행령이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