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철강산업단지의 2025년 상반기 생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같은 지역 남구의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2025년 8월 기준 약 1,300명 줄었다. 포항은 2025년 8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같은 해 11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각각 지정됐다. 지난주 여수와 포항에서 열린 두 행사는 이 감소분을 누가 어떻게 떠안을지를 서로 다른 언어로 다뤘다.
2024년 하반기부터 현대제철 포항2공장 폐쇄와 코스틸 가동 중단이 이어졌다. 감산과 설비 정리가 앞서 진행되고, 저탄소 설비 투자는 그 뒤를 따라가는 흐름이다. 생산액과 고용 지표가 동시에 내려앉은 배경에는 이 순서가 있다.
4월 23일 전남 여수에서는 UNFCCC 제3차 기후주간 및 녹색대전환 국제주간 부대 세미나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이 열렸다. 좌장은 로버트 파탈라노 LSE 교수 겸 CETEx 상임이사가 맡았고, 안토니나 쉬어 TPI센터 정책부국장이 화상으로 발제했다. 파탈라노 교수는 같은 날 인터뷰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향후 5~10년간 녹색전환 혁신 대신 전통적 구조조정을 택할 경우 기술적 우위를 잃고 국제시장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스칸디나비아 국가, 영국이 수소를 비롯한 청정기술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투자 규모는 정성적 표현으로만 언급됐고 금액과 기준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같은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초안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과 격차를 보이며, 공급망 전체 배출량인 스코프3와 전환계획 공시 부분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시 항목은 수출 철강재의 탄소 정보 요구와 직접 맞물리는 영역이다.
하루 앞선 4월 22일 오전 10시,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는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산업위기 극복과 그린철강·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요구는 세 갈래였다. 포항 철강산업단지를 그린메탈·수소클러스터로 재편할 것, 포항시·포스코·노동단체·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산업·일자리 전환 거버넌스를 출범시킬 것, 정의로운 전환 특별구역을 지정할 것이다.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는 그린수소를 전제로 한 수소환원제철의 조기 상용화와 포스코의 직접 교섭 응답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사내하청 노동자 7,000명 직고용 방침과 관련해 신설 직군이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며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회사 측 대응 내용은 이번 회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포스코가 개발·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HyREX는 실증 성과와 별개로 전력·수소 조달이라는 전제를 안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조기 상용화와, 그린수소·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에너지 믹스 쪽 논의는 같은 기술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간표를 가리킨다. 양쪽 모두 목표 연도를 명시하지 않아 간극의 크기는 계량되지 않았다. 4월 24일에는 세계 철강 CEO들이 모인 회의에서 포스코가 탈탄소 공조를 이끌었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나, 합의 내용은 공개 전이다.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후속 활동으로 K-스틸법 개정 요구와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을 위한 지역 거버넌스 협의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구 지정 여부와 거버넌스 출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정부와 지자체가 언제 답하느냐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생산액 17.8%와 피보험자 1,300명은 전환이 늦어질 때 어디에서 가장 빨리 표가 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음 반기 통계가 나오는 시점에 두 지표를 다시 맞춰 보면, 지난주에 오간 요구들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