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가 2026년 6월 광양제철소 내 신규 전기로를 가동한다. 연산 250만톤 규모로, 전기로에서 나온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합탕 기술이 적용됐다. 회사는 이 설비가 기존 고로 방식과 비교해 연간 최대 약 3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다. 투입 금액은 약 6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가동 시점은 제도 일정과도 겹친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이 같은 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철스크랩을 '재생철자원'으로 규정하고 회수·선별·가공과 유통 기반시설 구축, 수입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 인력 양성을 담았다.
설비와 법이 함께 움직이는데도 원료 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다. 현대제철이 1분기 실적발표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고급 철스크랩(중량A) 가격은 2025년 3월 t당 355달러(약 52만9000원)에서 2026년 4월 397달러(약 59만2000원)로 올랐다. 같은 기간 고로 원료인 원료탄은 t당 231달러(약 34만4000원)에서 183달러(약 27만3000원)로, 철광석은 111달러(약 16만5000원)에서 108달러(약 16만1000원)로 내렸다. 저탄소 공정의 원료만 비싸지고 있다는 뜻이다.
제품 가격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동일 기간 H형강 유통 도매가격은 t당 1050달러(약 156만6000원)에서 1080달러(약 161만원)로, 철근(SD400) 건설용 기준가격은 810달러(약 120만8000원)에서 830달러(약 123만8000원)로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제철은 2026년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 725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환율 급등과 원료가 강세에 따른 투입원가 상승을 배경으로 들었다.
국내 조달 여건도 빠듯하다. 한국철강협회 집계 기준 2025년 국내 철스크랩 발생량은 약 2000만톤, 수요량은 약 2200만톤으로 200만톤가량 모자랐다. 현대제철은 2026년 5월 12일부터 인천공장·당진제철소 납품 철스크랩 가격을 ㎏당 15원 올렸다. 국제 시세와 국내 구매가는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두 지표가 같은 쪽으로 움직인 것은 분명하다.
업계의 설비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연산 고로 1200만톤·전기로 1200만톤 체제를 갖춘 현대제철은 2026년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세계 최초로 가동해 강종 25종 인증을 마쳤고, 연내 53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에는 이탈리아 다니엘리를 핵심 설비 공급사로 정해 전기로 2기와 2차 정련설비, 후판 슬래브 연속주조기·재가열로 각 2기를 넣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통전 시간을 5분 이상 줄인 하이퍼 전기로를 2028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더 근본적인 전환은 시간이 더 걸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은 상용화까지 여유가 필요해 전기로 확대가 병행되고 있다. 한국형 기술인 HyREX는 2025년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올해부터 포항에 실증 플랜트가 들어선다. 철강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약 17%를 차지하며, 두 회사가 2024년 배출한 양은 합쳐 1억톤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비용을 누가 나눌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저탄소 철강은 기존 제품보다 생산비용이 높은데, 그 차액의 분담 규칙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청년단체 빅웨이브는 5월 9일 서울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시민 참여형 공론장 '녹색철강 100분 토론'을 열어 참가자들에게 생산기업·구매기업·공적 투자자·민간 투자자·노동자·지역사회 6개 역할을 맡겼다.
정책 쪽에서도 같은 논점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5월 12일 FKI타워에서 'K-GX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김병훈 기후에너지환경부 K-GX기획단 부단장은 신성장동력 GX, 국민 모두의 GX, 지속가능한 GX를 기본 축으로 제시했고, 윤제용 서울대 교수는 전력망 확충과 저탄소 제품 시장 조성을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시킬 핵심 과제로 꼽았다. K-GX 민관합동 추진단은 1월 28일 출범했으며, 정부 전략 발표가 예정돼 있다.
대외 압력도 겹친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미국 해외오염관세법 강화, 중국발 저가 공세가 국내 업계의 전환 압박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회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특별 감면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다음 달의 일정은 두 가지다. 포스코는 5월 말 설비 안정성 테스트를 포함한 최종 작업을 마친 뒤 양산에 들어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고, 같은 시기 K-스틸법이 시행된다. 감축 효과는 톤 단위로 집계되겠지만, 그 톤을 만드는 데 더 든 비용을 원료 구매자와 제품 구매자, 그리고 재정 중 어디가 감당하는지는 시행령과 예산 단계에서 드러나게 된다. 광양의 첫 쇳물은 그 계산이 서기 전에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