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틸렌 10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한 기를 전기로 돌리려면 약 8TWh가 든다. 장용희 LG화학 저탄소추진팀장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제시한 수치다. 그는 이 규모를 대형 원전 1기(약 1GW)급 전력을 하루 24시간 끊김 없이 대야 하는 조건으로 설명했다. 탈탄소 경로로 거론되는 기술이 전력을 어디서 끌어오느냐는 전제 조건에 걸린다는 뜻이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오세희·이용우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기후솔루션이 주관했다. 주제는 석유화학의 탈탄소 전기화 전환을 놓고 어떤 기회와 정책과제가 있는지였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전기화에 드는 비용 항목을 하나씩 펼쳐 놓은 토론회였다.
NCC는 나프타를 850~900도까지 끌어올려 분해하는 공정이다. 여기서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같은 기초 원료가 나온다. 열원은 메탄 등 부생가스와 일부 수소를 태워 얻는다. 전기화 NCC(e-cracker)는 이 연소 열원을 전력으로 갈아 끼워 공정 직접배출(스코프1)을 줄이는 기술이다.
비용 추산도 함께 제시됐다. 기후솔루션은 여수·대산·울산 단지 NCC를 대상으로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전기화 전환에 드는 누적 비용을 약 91조원으로 계산했다. 같은 추산에서 전기화에 따른 추가 전력 수요는 약 91.4TWh다. 이 수치가 2025~2050년 기간의 증가분인지 연간 소요량인지는 발표 자료에 따라 다르게 서술돼 있다.
배출 감축 효과는 전력망 상태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 팀장은 부생가스 연소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약 135만톤인데, 현재 전력망 배출계수를 그대로 적용해 8TWh를 끌어 쓰면 약 360만톤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전원 구성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열원만 전기로 바꾸면 배출이 되레 늘어나는 계산이다.
요금도 걸림돌로 꼽혔다. 부생가스는 공정에서 나오는 사실상의 저비용 연료다. 장 팀장은 산업 경쟁력을 지키려면 전력 단가가 부생가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오거나, 탄소가격·인센티브 같은 제도적 보완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NCC 공정이 석유화학 전체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 비중을 70%로 제시했다. 석유화학 자체는 2024년 기준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7.7%, 산업 부문 배출량의 18.7%가량을 차지한다. 김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이 국가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몫을 7.2%로 들며 감축과 산업 유지를 함께 놓고 볼 필요를 짚었다.
정책 쪽 움직임도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국민 주권 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올리면서, 산업 부문 탈탄소 전략으로 수소환원제철과 나란히 전기 NCC 도입과 공정 효율 개선을 넣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석유·핵심 전략자원 공급망 안정화에 총 9241억원을 편성하고 나프타 수급 안정 지원을 추진한다.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특별법에 전기화 중심 전환기술을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는 여수·울산·대산 단지를 중심으로 공정을 단계적으로 전기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에너지 특구 제도를 써서 전력 조달 비용을 낮출 여지도 거론됐다. 전력 인프라 확충, 산업용 요금 체계 개편, 실증과 연구개발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환 부담이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로 쏠리지 않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붙었다.
바깥 압력은 여러 갈래로 겹쳐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주요국 규제 강화, 중동 정세에 따른 원유·나프타 공급망 변동성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런 외부 조건이 전기화를 논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실행 가능성은 kWh당 얼마에 전기를 살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요금 체계와 계통 보강 일정이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91조원이라는 추산의 성격도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