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22일, 강진군의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최종 처리됐다. 제323회 정례회였다. 이 예산안에서 '강진 반값여행' 사업에 배정됐던 지방소멸대응기금 20억 원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전액 삭감이다.
같은 주, 충남 태안군은 향후 5년간 50억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태안 반값여행'의 환급 혜택 등에 연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이 사업에 들어간 돈이 10억 8천만 원이라고 태안군은 밝혔다.
한쪽은 끊었고, 한쪽은 늘렸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 스스로 쓸 곳을 정해 쓰는 돈이다. 관광객을 불러 상권에 현금이 돌게 하는 쪽을 택할 수도 있고, 사람이 머물러 살 조건을 손보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강진과 태안은 같은 주에 서로 다른 쪽을 택했고, 두 선택 모두 기금 운용 규정 안에 있다.
강진군의회는 이번 삭감을 지방소멸대응기금 반납 선언으로도, 지역경제를 살리는 사업이 불필요하다는 뜻으로도 읽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군의회 안에서 반값여행 사업의 대외 성과를 두고 문제 제기가 있었던 기록은 제1차 정례회 군정 질의 회의록에 남아 있다. 이나겸 의원이 그 문제를 꺼냈다.
이 지역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31.1%, 평균 숙박일수는 2.6일로 인구감소지역 평균에 못 미쳤다. 태안군이 워케이션을 포함한 사계절 체류형 관광으로 정책을 틀겠다고 한 배경에 이 두 수치가 놓여 있다. 반값여행에 50억 원을 더 걸겠다는 결정도 같은 설명을 근거로 한다.

환급 규모는 5인 가족 기준 최대 50만 원이다.
그 사이 경상북도는 다른 말을 꺼냈다. 9월 22일 도청 화백당에서 행정안전부와 도내 시군, 대구시 관계자 등 80여 명이 모인 지방소멸대응기금 시군 간담회가 열렸고, 경북도는 기금 사업을 주민이 체감하는 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북도가 그간 이 기금으로 해온 일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고 창업하도록 돕는 사업, 주거환경과 돌봄과 보건의료와 생활편의를 손보는 사업, 생활인구를 늘리는 사업 쪽에 걸쳐 있었다.
관광객 수나 환급 집행액은 세기 쉽다. 반면 그 돈이 주민의 소득이나 일자리, 가게 매출로 돌아왔는지는 세는 방법부터 따로 만들어야 한다. 세기 쉬운 쪽만 성과로 적히면, 기금은 세기 쉬운 사업으로 흘러간다.
강진에서 깎인 20억 원이 어떻게 되는지는 군이 재편성안을 들고 다시 의회로 오는지에 달려 있다. 태안의 50억 원도 연차별로 얼마씩 어디에 들어가는지가 나와야 윤곽이 잡힌다. 두 군 모두 다음 예산 심의에서 결정된다.
관광버스가 들어왔다 나가는 것으로 끝나는 하루와, 그 하루가 끝난 뒤에도 가게 불이 켜져 있는 하루는 다르다. 기금이 어느 쪽 하루를 늘렸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강진군의회가 20억 원을 깎은 날과 태안군이 50억 원을 편성한 날이 같은 주에 있었다는 사실은 올해 인구감소지역 예산 심의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