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제천시 공공산후조리원은 2025년 7월 문을 열었다. 개원 뒤 1년 남짓 동안 이곳을 이용한 사람은 330여 명에 이른다. 제천시는 2022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에 선정됐고, 행정절차와 건축공사를 거쳐 개원까지 3년을 썼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에 해마다 1조 원씩 내려보내는 이 기금은 올해로 5년째를 맞아 10년 계획의 절반에 닿았다.
반환점에서 나오는 물음은 돈이 들어간 곳에 사람이 머무느냐다.
기금을 둘러싼 효과 논란은 반환점에 맞춰 다시 불거졌다. 큰돈을 쏟았는데도 지역 인구가 줄었다는 지적이 나왔고, 지역소멸을 시·군이 저마다 버텨 내기는 어렵다며 행정체제 개편과 통합론을 꺼내 드는 목소리도 커졌다. 기금이 건물 한 채를 세우는 데서 멈췄는지, 그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꿨는지는 5년 동안 따로 따져 볼 일이었다.
산후조리원은 지은 뒤가 시작이다. 산모와 신생아를 돌볼 인력이 매일 있어야 하고, 운영비가 해마다 든다. 330여 명이라는 이용 실적은 이 시설이 문을 연 뒤에도 꾸준히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 가운데 제천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출산을 앞둔 가정이 이 시설 때문에 지역에 남기로 했는지는 이용 기록을 더 들여다봐야 드러난다.
같은 날 전북특별자치도와 부산시는 기금 34억 원씩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이 돈을 농촌유학 가족과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기반에 쓴다. 아이를 데리고 농촌 학교로 옮겨 온 가족이 머물 집을 마련하는 일이다. 부산은 청년 취업과 빈집 재생에 투입한다.
부산시는 앞서 받은 기금으로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과 워케이션 활성화 사업을 꾸려 왔다. 맞벌이 부모가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연중 문을 여는 부산형 365 열린 시간제 어린이집도 이 기금으로 운영한다.
빈집을 고친 집이나 신혼부부 주택은 완공으로 끝나지 않으며, 입주한 가족이 몇 해를 버티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반면 산후조리원과 어린이집은 이용자가 생기는 순간부터 주민의 하루에 들어간다.
기금의 성패를 건물 수로 매기기는 쉽다. 준공식 사진이 남고, 예산 집행률이 보고서에 오른다. 주민 쪽에서 보면 잣대가 달라진다. 출산한 산모가 차로 몇 시간을 달려 대도시 조리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지, 농촌유학을 온 아이가 학기가 끝나도 그 학교에 남는지가 생활 속 성적표다.
기금에 남은 시간은 5년이다. 전북과 부산이 새로 받은 34억 원은 앞으로 빈집과 신혼부부 주택, 청년 취업 지원으로 흘러간다. 다음 반환점에서는 그 집들에 몇 가구가 살고 있는지가 기금의 성적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