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AI 데이터센터, 전력과 함께 설계되기 시작했다

김범수·입력 2026. 09. 30. 오후 6:00:00
유럽은 보고 의무, 미국은 인허가 제동, 일본 이시카리는 재생에너지 100%
전력원과 전산 시설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전력원과 전산 시설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 ⓒ 브레스저널

현대엔지니어링이 군산 AI 데이터센터 공사를 수주했다. 규모는 8700억원이다. 국내 AI 데이터센터가 서류 단계를 지나 실제 공사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표시다. 같은 회사는 사업 범위를 시공에서 운영·유지보수와 투자 참여까지 넓히겠다고 밝혔다.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지가 함께 따라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 수소를 데이터센터 전력 조달과 연계할 대상으로 언급했다. 용량이나 목표 연도까지 내놓은 단계는 아니다.

전력 수요 자체는 계속 커진다. AI 반도체의 전력 효율은 개선되고 있는데도 데이터센터 전체가 쓰는 전기는 늘어나는 흐름이다. 서버 랙 하나가 600킬로와트(kW)급 전력을 먹는 제품이 실제로 돌아간다. 효율이 좋아진 만큼 더 많이 쌓는 쪽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체 냉각이 들어오고, 원자력과 핵융합까지 전력·냉각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해외 세 곳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다. 유럽은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사용 보고 의무를 걸고 전력 총량을 제한하는 규제를 돌리고 있다. 보고해야 하는 항목이 구체적이다.

총 에너지 소비량과 물 투입량, 재사용한 폐열, 총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들어간다. 쓰는 전기만 따지지 않고 뽑아 쓴 물과 버린 열까지 장부에 올린다.

미국에서는 제동이 걸린다. 주민들이 전력 부족을 우려해 데이터센터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는 사례가 나온다. 뉴멕시코주에서 '프로젝트 주피터'로 불린 사업이 멈춰 섰다. 일부 지방정부는 데이터센터 쪽 부담을 키우는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이시카리시는 세 번째 길을 택했다. 재생에너지 전력 100%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가 이 도시에서 가동 중이다. 이시카리가 쓰는 'RE'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의 약자다.

지역에서 만든 재생에너지 전력을 그 지역에서 우선 쓰자는 개념이다. 시 담당자는 AI와 데이터센터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탈탄소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세 사례를 견주어 보면 'AI냐 기후냐'라는 물음이 잘못 세워졌다는 게 드러난다. 유럽은 쓰는 만큼 적으라 하고, 미국 지역사회는 우리 전기를 왜 내주느냐 묻고, 이시카리는 전력을 만들어 둔 뒤 센터를 유치했다. 세 경로 모두 데이터센터를 막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 전력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사업 조건에 넣었을 뿐이다.

한국 정부는 AI 3강을 목표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늘리려 한다. 군산 8700억원은 그 첫 묶음에 들어갈 공사다. 지금 정해지는 설계가 앞으로 지어질 센터들의 기본형이 된다. 이시카리처럼 지역 재생에너지를 끌어안고 출발할지, 다 지은 뒤에 전력을 구하러 다닐지가 여기서 갈린다.

군산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자원이 있는 지역이다. 전력 조달 계획이 공사와 같은 시점에 공개되는지를 보면 이 센터가 어느 경로를 골랐는지 알 수 있다. 사는 지역에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이 들리면 전력을 어디서 가져오는지 한 줄만 물어보자. 이시카리시가 재생에너지를 미리 깔아둔 것도, 주민이 전력 출처를 계속 캐물었기 때문이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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