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채용 공고의 급여 칸에 적힌 말은 '회사 내규에 따름'이거나 '면접 후 협의'다. 받을 액수를 모르는 채로 구직자는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면접 날짜를 잡고, 차비를 들여 회사까지 찾아간다. 올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 한 줄이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에서는 채용공고에 임금을 적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금을 가린 공고가 청년층의 저임금을 굳히는 출발점이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공고 표기와 저임금 사이의 인과를 따진 연구가 함께 제시되지는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채용 단계에서 일정 범위의 임금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면접 후 협의'라는 문구는 액수를 알게 되는 때를 면접 뒤로 미룬다. 그 금액에 동의할 수 없어 돌아서면 서류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며 보낸 몇 주가 고스란히 사라진다. 첫 직장을 찾는 청년에게는 견줄 경력도, 기준으로 삼을 이전 연봉도 없다. 회사가 내미는 금액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임금이 공고에 적히면 사정은 달라진다. 원서를 내기 전에 회사 여러 곳을 견줘 볼 수 있고, 비슷한 직무를 내건 회사들도 서로 비교되는 일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토론회에서 나온 임금 명시 의무화 요구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보가 한쪽으로만 쏠리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공은 고용노동부로 넘어갔다. 공고 양식에 손을 대려면 주무 부처가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부가 이 사안을 두고 어떤 입장을 정리했는지는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이 거의 없다.
10월, 공채 원서 마감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동안 '회사 내규'라는 말 뒤에 가려져 있던 급여 칸이 청와대 토론회를 거치며 정책 의제로 올라섰다. 다음 공채철 공고에 그 칸이 액수로 채워질지는 노동부가 언제, 어떤 기준을 내놓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