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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조 대형선 90%, 수리는 해외에서

곽동현·입력 2026. 09. 13. 오전 7:00:00
신조 호황 뒤편의 수리조선 공백, 탈탄소 개조 수요가 시험대
국내 건조 대형선의 수리 수요는 대부분 국외 조선소로 향한다
국내 건조 대형선의 수리 수요는 대부분 국외 조선소로 향한다 / ⓒ 브레스저널

2026년 9월 3일 국내 수리조선(MRO) 산업 육성 토론회에서 국내 건조 대형선의 90%가 해외에서 수리된다는 수치가 나왔다. 이 수치를 산출한 기관도, 집계 기준도, 대상 기간도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 MASGA(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에 맞춘 1조5000억 원 규모 MRO 거점 조성 추진도 같은 토론회에서 언급됐으나, 재원을 정부가 대는지 민간이 대는지, 집행 기한이 언제인지는 붙지 않았다.

MRO는 선박의 유지와 보수, 수리를 포함해 선박 생애주기 전반을 지원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신조가 배를 한 번 파는 사업이라면 MRO는 그 배가 뜨는 20년 넘는 기간 내내 반복되는 매출이다. 국내 조선업이 신조 수주에서 호조를 보이는 반면 수리 부문 경쟁력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격차가 왜 지금 문제인가.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 환경 규제와 탈탄소 규제를 강화하면서, 운항 중인 선박을 손봐야 할 일이 늘어난다. 중유 전용선을 이중연료 사양으로 바꾸는 개조, 평형수처리장치(BWTS) 장착 같은 작업이 대표적이다. 새 배를 뽑는 대신 바다에 떠 있는 배를 고쳐 쓰는 수요다. 개조 규모를 추정한 수치나 글로벌 수리조선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해양 탈탄소 전환과 MASGA, 북극항로 개척을 국내 MRO 산업 확대의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운항 경로가 바뀌고, 경로가 바뀌면 배가 들르는 정비 거점도 달라진다. 한국이 그 경로상에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수리조선을 낡은 업종으로 보는 시각도 토론회에서 반박됐다. 연료 전환과 에너지효율 개선,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지보전이 들어오면서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배가 고장 난 뒤 고치는 방식에서 고장을 예측해 미리 손보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가리킨다. 이 경우 도크와 함께 데이터와 인력도 갖춰야 한다.

1조5000억 원이라는 액수가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여럿이다. 입지 선정과 착공 시점이 잡혀야 하고, 대형선을 받을 수 있는 도크 규모가 확보돼야 한다. 개조 물량은 규제 발효 시점에 몰리는 성격이 있어, 설비가 준비되는 시기와 수요가 오는 시기가 어긋나면 물량은 다시 국외로 간다.

9월 3일 토론회는 문제를 공론화한 단계에서 멈췄다. 90%라는 비율이 어떤 기준으로 산출됐는지, 1조5000억 원을 누가 언제 집행하는지가 후속 자료로 나와야 논의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 전까지 이 사안은 하겠다는 말만 있고 일정표는 없는 상태다.

곽동현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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