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홍 셔츠 소매를 걷은 두 손이 덤불 위로 들어왔다. 왼손은 하늘색 손잡이를 감아쥐고, 오른손 검지는 잘릴 가지를 살짝 눌러 둔다. 오른 손목의 은색 시계가 볕을 한 번 튕긴다.
잎 앞면만 희게 반짝이는 것을 보면 해가 꽤 높다. 뒤쪽 초록은 전부 흐려져서, 또렷한 데라고는 날 끝에 걸린 작은 잎 하나뿐이다.
사진을 들여다보는 동안 어깨가 조금 내려온다. 숨은 가지 하나를 고르는 길이만큼 길어진다. 힘은 엄지와 검지에만 모여 있고, 나머지 손가락 여덟 개는 쉬는 중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아챈다.
눈의 초점도 덤불 전체를 훑다가 잎 한 장으로 좁아진다. 발바닥은 흙을 밟은 자세 그대로 가만하다.
서두름은 여러 곳을 한꺼번에 보려 할 때 생기는데, 이 화면에는 볼 데가 한 군데밖에 없다.
오늘 창가나 책상 끝에 놓인 화분에서 잎을 하나 고른다. 마른 헝겊이나 맨 손끝으로 앞면의 먼지를 바깥쪽으로 밀어 낸다. 잎맥이 지문에 걸리는 감촉까지 따라가도 삼 분이 안 걸린다.
사진 속 검지처럼 한 곳만 짚는 손이면 된다. 화분이 없다면 창틀 모서리 한 뼘을 훔쳐 내도 같은 일이 된다.
설거지의 마지막 접시 한 장으로 이 손길을 옮겨도 된다. 거품을 헹구고 가장자리를 한 바퀴 훑는 동안 턱에 들어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물이 미지근해질 즈음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 있는지도 그때 확인된다. 달라지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어떤 상태인지만 보면 된다.
덤불은 여전히 온통 초록이고, 손이 닿은 잎 한 장만 조금 더 밝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