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하늘색 전지가위와 잎 한 장

배진경·입력 2026. 09. 08. 오전 7:00:00
가지 하나를 고르는 동안 손이 배우는 것
잎 한 장을 고르는 손의 온도
잎 한 장을 고르는 손의 온도 / 사진 Kampus Production · Pexels

하늘색 손잡이의 전지가위가 화면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날 사이에 물린 잎은 한 장뿐이고, 그 옆으로 손질되지 않은 잎들이 사방에 두껍게 몰려 있다. 오른손은 가위를 쥐고, 왼손은 잔가지 하나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살짝 들어 올렸다.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졌고 손목에는 은색 시계가 하나. 분홍 셔츠 소매와 잎사귀 위로 한낮의 빛이 하얗게 얹혀 있다.

이런 장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어깨가 저절로 내려온다. 가위를 쥔 손이 그렇게 만든다. 자를 가지 하나를 고르는 동안 손끝은 반드시 느려지고, 눈의 초점은 잎 한 장 크기로 좁아진다. 잎 전체를 한꺼번에 보는 눈으로는 이 일을 할 수 없어서다.

정원을 돌보는 사람이 지치는 대목은 가지가 많아서가 아닐 때가 잦다. 오늘 안에 다 끝내야 한다는 마음이 손보다 앞서 달릴 때, 어느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책상 옆이든 창가든, 지금 눈에 들어오는 화분에서 잎 한 장만 골라 물수건으로 앞뒤를 닦아 보아도 좋겠다. 왼쪽 아래, 가장 먼지가 앉은 잎이면 더 알맞다. 삼 분이면 충분하고, 나머지 잎은 그대로 두어도 된다. 잎맥이 손끝에 걸리는 감촉을 한 번 느끼는 것으로 이 일은 끝난다.

같은 손놀림을 설거지대 앞으로 가져가면, 접시 한 장의 뒷면을 닦을 때 턱에 들어간 힘을 살펴볼 수 있다. 물이 손등을 지나가는 몇 초 동안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보인다.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그저 지켜보는 쪽이다.

가위는 아직 잎을 자르지 않았고, 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얹혀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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