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등 세 개가 어둑한 숲을 배경으로 각각 다른 높이에서 주황빛을 켰다. 왼쪽 것이 가장 가깝고 크며, 가운데 것은 나무 틈으로 작게 반짝이고, 오른쪽 것은 그 사이에 서 있다. 잔디밭은 아직 초록을 붙들고 있지만 위쪽 나무들은 벌써 푸른 회색으로 잠겼다. 두 사람이 포장길 가운데를 나란한 걸음으로 지나가고, 왼쪽 벤치에는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있다.
이런 사진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의 초점이 저절로 풀린다. 낮의 화면처럼 붙들 곳이 많지 않아서다. 어깨가 한 뼘 내려오고, 턱에 들어가 있던 느슨해지고, 숨이 코끝에서 한 번 길어진다. 발바닥은 현재로서는 실내 바닥을 딛고 있는데도 흙길의 물렁한 감촉을 기억해낸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판별하며 지낸 마음이 저 어둠 앞에서 잠깐 손을 놓는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는 그 십오 분쯤에 밖으로 나가 한 바퀴만 돌아도 좋겠다. 멀리 갈 것 없이 사진 속 저 포장길 정도의 거리면 충분하다. 걸으면서 보폭을 평소보다 반 걸음 줄이면,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를 세 번쯤 듣고 나면 삼 분이 지나 있다.
같은 걸음을 밤 설거지 앞으로 옮겨볼 수도 있다. 그릇을 하나 씻고 다음 것을 집기 전에, 손목을 물에 담근 채로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와 있는지 한 번 살핀다. 올라와 있으면 올라와 있는 대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내려놓으라고 몸을 재촉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가로등은 사람이 다 지나간 뒤에도 한참 더 켜져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