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빈 가지 너머 밤하늘 올려보기 착수

배진경·입력 2026. 11. 06. 오후 12:00:00
검은 가지 끝에서 붉은 별 하나를 고르는 삼 분
세다가 멈춘 곳에서 숨이 길어진다
세다가 멈춘 곳에서 숨이 길어진다 / 사진 Michael J. Bennett · CC BY-SA 3.0

남보랏빛 밤하늘에 흰 별이 굵은 소금처럼 흩뿌려졌다. 왼쪽 아래에서 잎을 모두 떨군 나무 한 그루가 검은 실금 같은 가지를 위로 뻗어, 화면의 삼분의 일쯤을 가린다.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하늘은 엷은 라벤더색으로 풀리고 별은 그쪽에서 더 빽빽해진다. 가지 끝 가까이에는 붉은 기가 도는 별 하나가 따로 떴다.

올려다보는 순간 목덜미가 뒤로 접히고 턱이 저절로 들린다. 목이 서늘하다. 별이 몰린 오른쪽 아래를 따라 눈을 옮기면 초점이 한 점에 붙어 있지 못하고 하늘 전체로 넓게 풀려 나가며, 코끝에서 잠깐 멈췄던 숨도 그 틈에 길게 빠져나간다.

낮에 끝내지 못한 일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감다 보면 미간이 좁아진다. 가지 사이로 비치는 별처럼 생각도 촘촘하게 박혀서 빠져나갈 틈이 없어 보인다. 가까이 보면 하나하나는 손톱만 하다.

창을 열거나 현관 밖 계단에 서서 고개를 든 채, 붉은 별처럼 눈에 걸리는 빛 하나를 고른다. 그 하나를 숨 몇 번 동안 바라보다가 옆의 별로, 다시 그 옆으로 시선을 건네며 세다가 그만두어도 그만이다. 별이 드문 동네라면 가로등 위 어두운 하늘 한 귀퉁이로도 삼 분은 넉넉하다.

퇴근길에 버스에서 내려 골목의 마지막 가로등을 지난 뒤에도 같은 동작이 된다. 설거지를 마치고 베란다 창을 열 때도 마찬가지다. 고개를 드는 동안 어깨가 귀 쪽으로 따라 올라가는지, 제 높이에 내려앉아 있는지만 지켜본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가 다르게 움직이는 날도 있다.

빈 가지 틈으로 별빛 몇 낱이 끝까지 새어 든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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