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사암 기둥들이 천장 끝에서 뾰족하게 모여 갈비뼈 같은 궁륭을 이룬다. 맨 끝 벽에는 색유리 창 셋이 길게 서서 한낮의 빛을 파랑과 주홍으로 걸러 들이고, 짙은 갈색 나무 의자들은 좌우로 열을 지은 채 가운데 통로를 비워 두었다.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얀 등 두 개만 높은 데서 가만히 매달렸다.
그 통로 한가운데 서면 고개가 저절로 젖혀진다. 눈은 창 셋의 꼭대기를 찾아 올라가고, 그사이 목덜미가 조금 길어지면서 발바닥으로는 돌바닥의 서늘함이 천천히 올라온다. 숨은 천장까지 갔다가 내려오듯 느리게 들고 난다.
빈 성당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그곳에서 아무도 무엇을 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의자에 앉을 때 몸은 늘 다음 일을 기다린다. 회의가 시작되기를, 음식이 나오기를,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
등판마다 뾰족한 무늬를 새긴 저 갈색 의자들에는 그런 기다림이 없다. 기다림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 이번에는 그 하나만 짚어 둔다.
지금 앉은 의자에서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삼 분만 머물러 볼까. 쉬겠다는 마음도, 비우겠다는 마음도 정하지 않는다. 두 손바닥은 허벅지 위에 엎어 두고, 눈은 맞은편 벽의 한 점에 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그 삼 분은 그대로 찬다.
저녁 버스 맨 뒷좌석에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내릴 정류장까지 몇 개 남았는지 세지 않고, 창밖이 흘러가는 대로 두고 앉는다. 그때 어깨가 귀 쪽으로 얼마나 올라가 있는지만 본다. 정류장을 하나 지날 때마다 그 높이가 어떤지 살펴 둔다.
색유리 셋을 지나온 빛이 통로 바닥에 닿았다가, 누구의 것도 되지 않은 채 옅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