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실무에 투입한 AI 에이전트는 1500개에 이른다. HD현대로보틱스는 팔란티어 AI를 들여와 특정 업무의 소요 기간을 약 63% 줄였다고 내놨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맡긴 일을 여러 단계로 나눠 스스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다. 둘 다 큰 수치다.
그런 수치가 곧 일의 변화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1500개는 도입 규모를 보여 줄 뿐, 직원이 얼마나 자주 불러 쓰고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까지 알려 주지는 못한다.
SK텔레콤이 부딪힌 벽 하나는 사내 데이터였다.
회사는 'AX 혁신 2.0'이라는 이름으로 조직 단위의 AI 전환을 추진 중이고, 직원 4000명이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었다. 정작 사내 데이터의 컬럼명이 영문 약어나 번호 형태로만 적혀 있어 에이전트가 뜻을 읽어 내기 어려웠다. 컬럼은 데이터 표에서 항목을 가르는 세로 칸이다. 네트워크센터 데이터베이스 9000여개, 컬럼 약 31만개에 AI로 의미와 설명을 붙이자 정답률이 2배가 됐다고 한다.
공을 전부 데이터 정비에 돌리기는 이르다. 같은 기간 모델 교체나 기능 개선이 있었다면 2배의 몫은 나눠 봐야 하고, 정비 범위로 제시된 곳도 네트워크센터 한 곳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8월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문제 해결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21.5일에서 7.9일로 13.6일 짧아졌고, 엔지니어의 반복 작업도 줄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달력상 기간과 실제 투입 시간은 다른 지표여서, 63%가 어느 쪽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기다리는 쪽이 편해질 수도 있고 엔지니어의 업무 시간이 줄 수도 있다.
SK텔레콤에서는 준비 과정이 드러나지만 업무 성과 지표가 없고, HD현대로보틱스에서는 결과가 뚜렷한 대신 사내 데이터를 어떻게 손봤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HD현대로보틱스는 로봇 프로그래밍 비용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하며 피지컬 AI 솔루션 사업도 키울 계획이다. 피지컬 AI는 로봇처럼 현실에서 움직이는 기계에 적용하는 AI를 말한다. 50%는 달성한 실적이 못 된다.
회사에서 쓰는 데이터 표를 열어 컬럼 이름부터 읽어 보자. 약어만 줄지어 있다면 에이전트가 뜻을 읽어 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