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시간 49분이면 끝났다. 보안 스타트업 코절시큐리티(Causal Security)의 AI 에이전트 '사이퍼(Cipher)'가 전력망과 가속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모두 찾아내는 데 쓴 시간으로 기록됐다.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은 해당 소프트웨어의 원격코드실행 위험을 경고했고, 패치를 담은 7.0.11 버전이 권고문과 같은 날 배포됐다.
오전 9시에 돌렸다면 낮 12시 49분에 마치는 일이다. AI 에이전트란 목표를 받으면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이어 가는 프로그램을 말하고, 원격코드실행은 멀리 있는 공격자가 남의 시스템에서 제 명령을 돌리게 되는 결함을 뜻한다. 한나절도 안 돼 탐색이 끝난다면 결함 목록은 사람이 검토하는 것보다 빨리 불어날 수 있다.
시계를 언제 켜고 껐는지, 사람이 얼마나 거들었는지 밝혀지기 전까지 3시간 49분은 참고치로 읽어야 한다.
11월 2일에는 웹 개발 언어 PHP의 제로데이 사태가 보도됐다. 제로데이는 고칠 패치가 나오기 전에 드러난 취약점을 가리키며, 방어하는 쪽은 내려받을 수정본 없이 버텨야 한다. 전력망 경고와 같은 사건으로 묶을 근거는 없다.
AI 에이전트를 이용한 자동화 침투 공격도 AI발 보안 이슈의 사례로 보도됐다. 취약점을 찾는 쪽과 뚫는 쪽이 모두 AI 에이전트를 쓴 사례다.
사이퍼 사례에서 드러난 성과는 찾는 일까지다. 7.0.11 같은 패치가 나와도 실제로 쓰는 곳에 깔리기 전까지 위험은 줄지 않는다. 발견만 빨라지면 사람의 승인과 배포 절차가 가장 더딘 구간으로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감독도 과제다. 미국 국방부(펜타곤) 보안망에서 '개인 AI 에이전트'가 두 달간 구동됐다는 보도가 11월 1일 나왔고, 승인을 받았는지 침해로 번졌는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3시간 49분짜리 작업을 해내는 도구가 있다면 두 달은 몹시 긴 시간이다.
금융당국이 AI 에이전트 위협에 맞선 해킹 방어 전략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도 같은 날 나왔다. 전략이 공개되면 결함 발견부터 패치 적용까지 걸리는 시간을 어떻게 줄일지, 금융권 안에서 돌아가는 에이전트를 어떻게 감독할지 담겼는지 보면 된다.
보안 담당자의 하루도 달라질 수 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에이전트를 돌리면 점심 무렵 결함 목록이 모니터에 뜨고, 오후는 어느 결함을 가장 시급히 고칠지 가려 승인하는 일로 채워진다. 결함 찾기를 기계가 맡을수록 사람의 근무 시간은 수정과 승인에 더 많이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