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미룡저수지와 철원 산명호저수지가 세계관개시설유산(WHIS)에 올랐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는 프랑스에서 연 제26차 총회에서 두 곳의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0월 19일 이 소식을 발표했다. 국내 등재지는 모두 10곳이 됐다.
두 저수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운영한다. 공사가 맡은 시설이 이 명단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관개시설유산은 ICID가 역사적·기술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관개시설을 골라 지정한다. 국내 첫 사례는 2016년 김제 벽골제였다. 수원 만석거와 고성 둠벙 관개시스템, 청산도 구들장논 등이 2022년까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쌓인 8곳에 이번 두 곳이 더해졌다.
미룡저수지는 1600년대에 만들어졌다. 사백 년 가까이 군산 들녘의 물을 가둬 온 둑은 지금도 공사가 돌보는 현역 시설이다.

산명호저수지는 일제강점기 철원의 황무지를 농사짓기 좋은 땅으로 바꾼 시설이라고 한다. 거친 땅에 저수지 물이 들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한 곳은 조선의 들녘을 품었고, 다른 한 곳은 식민지 시기 개간의 기억을 함께 지니고 있다.
두 곳은 지금도 물을 가두고 흘려보내는 농업 시설이다. 유산이 됐다고 수문을 닫아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편한 대로 고쳐 쓰면 옛 흔적이 지워질 수 있다. 쓰면서 지키는 길을 찾는 일은 결국 한국농어촌공사가 맡게 된다.
벽골제에서 출발한 국내 목록은 열 해 만에 10곳으로 늘었다. 둑과 둠벙, 구들장논처럼 농사짓는 사람들 손에서 나온 시설이 하나씩 유산의 이름을 얻고 있다.
군산이든 철원이든, 가을걷이가 끝나 가는 지금 둑길을 걸어 볼 만하다. 바람에 실려 온 물비린내가 마른 볏짚 냄새와 섞인다. 오래도록 물을 지켜 온 둑 위에서 들판을 내려다보면, 유산이라는 말이 비로소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