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모건체이스가 1조 달러 규모로 내건 녹색금융 목표에 원자력 발전과 전력망 투자가 들어갔다. 원화로 1340조 원을 웃도는 돈이다. 2026년 10월 14일 나온 내용을 보면, 이 은행은 원전과 전력 인프라를 지속가능금융 지원 대상에 새로 넣었고 해당 투자를 1조 달러 목표 실적으로 셀 수 있게 했다.
셈법이 바뀐다. 목표 금액은 그대로 두고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사업의 종류를 늘린 조치여서, 탄소 감축으로 읽히던 녹색금융의 범위가 전기를 만들고 실어 나르는 기간망까지 넓어졌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분류 기준을 손본 만큼 파장이 한 회사 안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헤더 지칼 JP모건 에너지·환경 센터 겸 지속가능성 전략 총괄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을 설명했다.
범위를 넓힌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 전력 소비가 커지면 발전소와 송배전망을 새로 짓는 데 큰돈이 들고, 이 투자가 녹색금융으로 인정되면 은행은 관련 대출과 채권 인수를 목표 실적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 전력 공급을 안정시키는 투자는 에너지 안보로도 연결된다. 은행이 AI 전력 수요를 직접 근거로 들었느냐에 따라 이 해석의 설득력은 달라진다.
1조 달러 가운데 원전과 전력망 몫이 얼마인지는 은행 측의 추가 설명이 나와야 가늠할 수 있다. 가동 중인 대형 원전의 설비 개선까지 담는지, 신규 건설에 한정하는지에 따라 실적 규모도 크게 벌어진다.
투자자 쪽에서 보면 은행 간 비교가 흐려진다. 같은 1조 달러라도 원전과 송전선을 포함한 실적과 재생에너지 위주의 실적은 성격이 다르다. 은행별 녹색금융 실적을 견주는 평가기관은 총액 대신 항목별 내역을 따로 들여다봐야 한다. 총액만 보면 착시가 생긴다.
국내 금융권도 영향권에 든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를 두고 녹색금융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급 은행이 원전과 전력망을 녹색금융 실적에 넣은 첫 사례는 비교 기준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은행이 같은 길을 택할지는 금융당국 기준과 각 은행의 공시 정책에 달렸다.
앞으로 국내 금융사가 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녹색금융 실적표에 원전과 전력망 항목이 새로 생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JP모건의 1조 달러가 국내 실적 집계 방식까지 바꿀지는 그 표에서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