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869만명을 부르는 이름, 프리랜서는 철회를 외쳤다

배진경·입력 2026. 08. 05. 오후 7:01:00
노동부 하반기 업무보고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반발
프리랜서 단체들이 정부 보호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모였다
프리랜서 단체들이 정부 보호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모였다 / ⓒ 브레스저널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 방송스태프와 공연예술인, 작가와 보조출연자들이 5일 모였다. 정부가 자신들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었다. 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꺼낸 말은 철회 요구였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공연예술인노조, 작가노조,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영화산업노조가 함께 만든 프리랜서노동조합, 그리고 문화예술노동연대가 회견을 열었다.

하루 전인 4일 오후, 청와대에서는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반기 업무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청년고용과 함께 AI 시대 비정형 노동자 보호조치를 넓히겠다는 내용이 중점 과제로 올랐다. 869만명. 김 장관이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를 아우르는 노무제공자 규모로 제시한 수치다.

정부는 올 12월까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추정제 입법을 마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K-노동복지회의소라는 새 기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함께 올랐다. 노동관계법이 닿지 않는 프리랜서를 위해 권익 보호와 공제사업을 붙이겠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고용상 지위를 따지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면 법의 대상으로 삼는다. 사업주 쪽에는 균등 처우와 공정 계약, 성희롱 예방 같은 항목이 얹히는데, 어떤 것은 보장해야 할 의무고 어떤 것은 노력하면 되는 의무다. 근로자추정제는 다투는 국면에서 일하는 사람을 일단 근로자로 보고, 아니라는 증명을 사용자에게 넘긴다.

회견에 선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다. 이들은 두 정책이 권리 밖 노동자의 처지를 그대로 굳히고 오히려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다고 규정했다.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정책위원장은 출판사 편집자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이 법에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반발의 초점은 '별도의 이름'에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이 규정해 둔 노동자 대신 새로운 범주를 하나 더 만드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다.

김 장관은 5일 새 기구의 성격을 다시 설명했다. K-노동복지회의소는 노조를 만들기 위한 시험대가 아니며, 869만명에게 공적 복지를 전달하는 통로로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발표는 조만간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구 이름조차 정부 안에서 'K-노동복지회의소'와 'K-노동회의소'로 갈려 쓰이는 중이다.

하반기 업무보고에는 다른 항목도 실렸다. 10년 사이 추락이나 끼임 같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두 번 넘게 난 기업 183곳은 회사별 안전대책을 세우고 밀착 관리를 받는다. 되풀이되면 특별감독에 준하는 감독이 따라붙는다. 공공발주 건설현장에만 적용되던 임금구분지급제는 2027년 1월부터 민간 건설과 조선업으로 넓어지고, 노동부는 하반기에 하위법령을 손본다.

청년 쪽에서는 첫 취업자를 겨냥한 'K-유스개런티'가 새로 생기고, 대기업이 이끄는 직업훈련 'K-뉴딜 아카데미'가 올해 1만명까지 늘어난다. 중장년의 경우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사업장 기준이 상시 1천명 이상인데, 이 문턱을 단계적으로 낮춘다. 정년연장 법제화는 지난해 연내 처리를 목표로 했다가 6·3 지방선거 뒤로 밀린 사안으로, 하반기에 다시 추진된다. 공공기관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뽑도록 한 제도의 실효성도 함께 손본다.

당사자들은 안전망이 자신들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를 문제 삼는다. 공제와 복지를 받는 대상으로 호명되는 것과, 노동자로 인정받아 계약과 임금을 다툴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정부가 잡은 입법 시한은 올 12월이다. 김 장관은 K-노동복지회의소의 설계안을 그 전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나온 요구가 설계안에 담기는지는 가입 조건과 재원 항목에서 확인된다. 정책 문서에 한 줄로 적히는 869만은 회견장에 선 사람들에게 각자의 계약서 869만 장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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