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해고 3년, 그 뒤에 남은 47.1시간

인터뷰·입력 2026. 05. 07. 오후 4:52:00
한국와이퍼 해고노동자 추적조사·취업률 75%에 가려진 일자리의 질
해고 3년 뒤에도 일터를 옮겨 다니는 노동자들의 하루
해고 3년 뒤에도 일터를 옮겨 다니는 노동자들의 하루 / ⓒ 브레스저널

한국와이퍼에서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의 3년을 따라간 추적 결과보고서가 6일 오후 국회 본청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2025년 기준 취업률은 75%였다. 그러나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271만9천원으로 안산 지역 평균 295만원에 못 미쳤고, 주당 노동시간은 47.1시간으로 지역 평균 39.1시간보다 8시간 길었다. 다시 일하게 된 것과 삶이 회복된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한국와이퍼는 차량용 와이퍼를 만들던 일본 자동차부품사 덴소의 한국 자회사였다. 2022년 7월 덴소코리아가 청산을 발표하면서 공장 전체의 고용이 한꺼번에 끊겼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공장을 점거했고 일본까지 건너가 원정투쟁을 벌였다. 1년여 만인 2023년 8월, 사회적 고용기금 조성을 담은 노사 합의가 나왔다.

그 합의에서 재단법인 '노동존중세상을 향한 우직한 걸음 뚜벅이'가 출범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총·금속노조와 민변 노동위원회, 뚜벅이재단, 그리고 박해철(더불어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정혜경(진보당) 의원이 함께 열었다. 합의로 종결된 사건을 3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꺼내 점검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기록이다.

보고서에 담긴 이직 경험 비율은 39.1%, 2025년 한 해 동안의 이직 횟수는 평균 1.7회였다. 한 해에 두 번 가까이 일터를 바꾼다는 뜻이다. 취업률 75%라는 수치 안에는 이렇게 흔들리는 고용이 함께 들어 있다.

토론회에서 최만복(46)씨가 자신의 3년을 말했다. 해고 당시 그의 아이들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었다. 이후 직장 세 곳을 옮겼고, 지금은 사내하도급 형태로 일하고 있다.

한국와이퍼에서 13년을 일한 신미향(57)씨는 3년 동안 다섯에서 여섯 번 직종을 바꿨다고 했다. 13년간 몸에 익힌 일이 해고와 함께 쓸모를 잃은 셈이었고, 새 일을 배우는 과정이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50대 여성 제조업 노동자에게 열려 있는 일자리의 폭이 그 반복 안에 그대로 드러난다.

손정순 사회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이 사례를 놓고 발언했다.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교한 두 수치의 산정 기준은 보고서 공개 시점에 함께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이 나란히 나타난 방식 자체는 뚜렷하다. 임금이 줄면 시간을 늘려 메우고, 시간을 늘리면 사람을 만날 여유가 사라진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철수 결정은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 내려지고, 그 결과는 안산의 한 공장 노동자들이 몇 년에 걸쳐 감당한다. 이번 추적조사가 드문 이유가 여기 있다. 집단해고는 대개 합의문이 나온 날 보도가 끝나고, 그 뒤의 3년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사회적 고용기금이라는 장치가 만들어진 사례에서조차 일자리의 질은 이렇게 내려앉았다.

보고서는 이제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 해고 이후를 제도가 어디까지 책임질지는 앞으로의 논의에 달려 있고, 그 논의의 출발점에 271만9천원과 47.1시간이 놓였다. 최씨의 아이들은 그사이 중·고등학생에서 3년을 더 자랐다. 아버지가 옮겨 다닌 직장은 세 곳이었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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