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쉬는 청년 70만, 문 열린 공간부터

인터뷰·입력 2026. 02. 19. 오전 8:37:00
핀란드 오흐야모·아일랜드 인트레오가 보여준 첫 접점의 힘
예약 없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첫 접점이 된다
예약 없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첫 접점이 된다 / ⓒ 브레스저널

일하지도 구직하지도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이 70만 명 선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가 처음 그 선을 넘은 해가 지난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19일 '해외 청년고용정책 실태 분석 및 정책 제언' 보고서를 내고, 다른 나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정리했다.

보고서가 첫머리에 짚은 것은 유럽연합의 청년보장제도다. EU는 회원국에 이 제도를 더 촘촘히 운영하라고 권고해왔다. 학교를 졸업했거나 일을 그만둔 청년에게 넉 달 안에 일자리나 교육훈련, 도제 기회 가운데 하나를 내미는 방식이다. 넉 달이라는 시한은 청년이 혼자 버티는 기간을 정책이 대신 끊어주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핀란드의 니트 비율은 2014년 11.2%, 이듬해 11.8%까지 올랐다가 2023년 9.2%로 내려왔다. 이 기간 핀란드가 전국에 깔아둔 것이 '오흐야모(Ohjaamo)'라는 이름의 원스톱 지원센터다. 약 70곳에서 서른 살이 되지 않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교육과 훈련, 취업 지원을 한 곳에서 받는다.

오흐야모의 특징은 문턱이다. 미리 예약을 잡지 않아도 들어가 일자리를 함께 찾아보고, 이력서를 손보고, 면접 준비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살 집 문제, 돈 관리, 건강, 복지까지 생활 전반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일자리 상담 창구보다는 생활 상담 창구에 가깝다.

다른 경로를 택한 나라도 있다. 아일랜드는 2012년 '취업 경로 전략(Pathway to Work)'을 도입하면서 흩어져 있던 공공고용서비스를 하나로 묶었다. 이 체계의 창구인 '인트레오(Intreo)'에 이름을 올리면 담당관 한 사람이 그 청년을 전담한다. 장기 실업으로 갈 위험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세 갈래로 분류하고, 갈래마다 손을 대는 정도를 다르게 가져간다.

스페인은 중앙보다 지역에 무게를 실었다. 지역 고용서비스와 자치주 정부가 함께 직업교육훈련(VET)과 인턴십을 동시에 굴리며 청년의 첫 취업을 돕는다. 보고서 연구진은 니트처럼 집중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잘게 나눠 단계별로 접근하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청년 당사자를 앉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도 청년정책 논의는 움직이는 중이다. 이달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청년재단 오창석 이사장이 초청 참석했다. 12일에는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함께한 가운데 지역 청년의 이동과 정착을 돕기 위한 청년재단과 은행권의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고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오 이사장은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부부합산 소득 상한에 걸려 청약과 대출에서 밀려나는 문제를 언급했다. 2024년에는 신생아 100명 가운데 6명이 혼인 밖에서 태어나 그 비중이 역대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집값이 오르면 젊은층과 무주택자의 소비가 줄어 후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청년센터 금천은 스스로를 '쉼과 연결의 공간'이라 부른다. 쉬는 청년을 두고 게으름을 탓하는 대신, 우선 앉을 곳부터 내주자는 발상이다. 오흐야모가 증명한 것도 결국 그 순서였다. 국내 청년센터의 이용이 실제 취업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줄 추적 자료는 확정되지 않은 단계이지만, 그 확인이 다음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서른 살 생일 전에 오흐야모 문을 밀고 들어간 핀란드 청년은 무엇을 도와달라고 말할지 미리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청년센터가 그 정도의 헐거움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70만 명은 70만 번의 각기 다른 아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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