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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뒤편 해우소 세 곳, 국가민속문화유산 된다

김범수·입력 2026. 08. 05. 오전 10:47:00
선암사 측간·보덕사·국일암 해우소 지정 예고, 9월 심의
앞은 단층, 뒤는 누각이 되는 해우소의 경사지 건축
앞은 단층, 뒤는 누각이 되는 해우소의 경사지 건축 / ⓒ 브레스저널

국가유산청이 사찰 화장실 세 곳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다. 지난 4일 발표됐다.

예고 기간은 30일, 각계 의견을 모은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에서 지정 여부가 갈린다. 심의는 9월로 잡혀 있다.

순천시(시장 손훈모)는 선암사 측간의 예고 사실을 5일 알렸다.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절 입구에 세워졌다. 조선 고종 때다. 국일암 해우소는 1910년 건립됐다. 세 건물의 건립 시기는 지붕 종도리 아래 남은 상량 묵서로 확인됐다.

선암사 측간은 연대가 한 겹이 아니다. 일주문 중수 기록인 '조계문중창상량문'에는 1540년 '청측'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웠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여기에 기대어 흔히 500년 역사로 소개된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1928년 수리 상량 묵서와 사적 기록을 종합해 건립 시기를 1920년대 이전으로 봤다. 창건의 기억과 지금 서 있는 목재의 나이가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선암사는 전소했다. 측간은 일주문과 함께 불길을 비켜났다. 1928년 해체 보수로 오늘의 모습을 얻었고, 1996년 다시 손을 봤다.

건물은 정자형 평면에 앞면 여섯 칸, 옆면 네 칸이다. 화장실 하나가 여섯 칸을 차지한다.

세 곳 모두 땅의 높낮이를 그대로 썼다. 정면에서 보면 단층이고, 뒤로 돌아가면 중층 누각이 된다. 아래로 떨어뜨리고 아래에서 걷어내는 흐름을 지형이 대신 만들어 준다.

선암사 측간은 쓰는 바닥을 지면보다 들어 올려 냄새를 줄였다. 문은 달지 않았다. 가슴 높이 칸막이만 두고, 벽에는 살창을 내 빛과 바람이 지나가게 했다.

분뇨는 왕겨와 낙엽에 섞여 발효된 뒤 밭 거름으로 돌아간다. 이 순환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지정 사유에 담겼다. 건립 시기가 뚜렷하고, 처음 앉힌 터와 원래 형태를 지켰으며,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점이 함께 인정됐다. 매일 문을 여는 건물을 유산으로 부른 결정이다.

선종사원은 해우소를 칠당가람의 하나인 동사로 꼽아 왔다. 대웅전과 같은 목록에 화장실이 들어 있었다는 뜻.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다.

선암사에서는 청측, 정랑, 대변소, 뒤깐으로 불렸다. '해우소'는 통도사 경봉(1892~1982) 스님이 처음 썼고, 1998년 요구르트 광고에 나오면서 널리 퍼졌다.

측간 입구에 걸린 '뒤깐' 편액은 경운원기(1852~1936) 스님이 쓴 '大便所 뒤깐' 편액에서 한글만 따와 근래에 새로 만든 것이다. 건축가 이수근은 이곳을 한국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로 꼽았다. 동화작가 정채봉은 대한민국 제일의 뒷간이라 적었다.

보존과 사용은 서로를 밀어낸다. 유산이 되면 손대기 어려워지고, 손대지 못하면 실제로 쓰기 어려워진다. 세 해우소의 가치가 '지금도 쓰인다'는 데 있는 만큼, 심의 이후의 관리 방식이 그 가치를 지킬 수도 지울 수도 있다. 문 없는 칸막이와 살창은 사람이 드나들 때만 제 기능을 한다.

의견 수렴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이어진다. 9월 심의를 지나면 세 건물의 이름은 국가민속문화유산 목록에 오른다. 순천 조계산 자락, 일주문을 지나 절 뒤편으로 조금 더 걸으면 여섯 칸짜리 건물이 나온다. 나무 살창 틈으로 드나드는 산바람 소리까지 목록에 적히지는 않는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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