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심해 2000m까지 닿은 플라스틱, 이제 수도꼭지를 잠글 때

김범수·입력 2026. 07. 10. 오후 5:14:00
92%라는 검출률이 수거 중심 대응의 한계를 보여준다
표층에서 시작된 미세플라스틱이 심해 생물의 몸까지 내려간다
표층에서 시작된 미세플라스틱이 심해 생물의 몸까지 내려간다 / ⓒ 브레스저널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은 오랫동안 손이 닿지 않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빛도 사람도 거의 가지 않는다. 수심 2000m에 사는 생물 92%의 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축적 경로까지 짚어낸 결과다.

이 검출률은 오염이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보다 우리가 오염을 이해해온 방식을 흔든다. 미세플라스틱은 해변에 밀려오는 것,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것, 언젠가 건져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취급돼 왔다. 심해 2000m는 건져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 문제를 바다 건너의 일로 여겨온 통념은 여기서 끝난다.

그렇다면 대응의 중심도 옮겨야 한다. 지금까지 해양 플라스틱 정책의 상당 부분은 수거였다. 해안 정화 활동, 부유물 수거선, 어구 회수 사업.

모두 필요한 일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낸다. 배출된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2000m 아래 생물의 몸에 들어간 뒤라면, 수거라는 도구는 작동할 대상을 잃는다.

수거량을 늘려도 배출량이 그대로면 총량은 줄지 않는다. 수거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배출 자체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대편의 논리는 만만치 않다. 배출을 줄이자는 말은 생산과 소비를 바꾸자는 말이고, 그 부담은 대체 소재를 개발해야 하는 기업과 값이 오른 제품을 사야 하는 소비자에게 실제로 돌아간다. 포장재를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추상적이지 않다.

반면 수거 사업은 비용이 예측 가능하고 성과도 사진으로 남는다. 정책 담당자가 수거를 선호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감축이 앞서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거는 갈수록 비싸지고 감축은 갈수록 싸진다. 부서질수록 회수 비용은 치솟고, 심해까지 내려간 입자의 회수 비용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반대로 소재 전환과 재사용 체계는 초기 투자가 크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단가가 내려간다. 두 곡선은 반대로 움직인다.

체념은 경계해야 한다. 92%라는 검출률은 절망의 근거로 읽히기보다 어디를 막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에 가깝다. 재활용 표시 하나로 책임을 끝내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잘게 부서질 소재를 그대로 두고 라벨만 바꾸는 일은 문제를 미루는 데 그친다.

축적 경로까지 규명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로를 알면 어느 단계에서 끊을지 정할 수 있다. 경고에 그치던 대응이 설계 가능한 대책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장 볼 때 포장재를 한 번 뒤집어 보는 일에서 시작해도 된다. 같은 물건인데 겉포장이 세 겹인 것과 한 겹인 것이 같은 매대에 함께 놓여 있는 경우는 흔하다. 어느 쪽을 집는지가 매출 자료에 남고, 그 자료는 다음 분기 포장 설계에 반영된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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