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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치는 늘고, 돈은 어디로 갔나

곽동현·입력 2026. 07. 07. 오후 5:51:00
기후금융 선언과 실물 전환 사이에 놓인 빈 경로
선언된 목표와 설비 교체 현장 사이의 끊긴 구간
선언된 목표와 설비 교체 현장 사이의 끊긴 구간 / ⓒ 브레스저널

노후 보일러를 저탄소 설비로 바꾸겠다는 중견 화학업체가 견적서를 받아 든다. 설비값은 나왔고, 감축 효과도 계산기에 찍힌다. 그런데 이 회사를 받아줄 금융상품의 이름을 아무도 대지 못한다. 기후금융이라는 말이 세계 어느 회의장에서든 빠지지 않는 시대에, 정작 라인을 멈추고 설비를 뜯어내야 하는 쪽에서는 돈을 부를 이름조차 마땅치 않다.

같은 주에 두 가지 소식이 나란히 놓였다. 세계은행이 자체적으로 내걸었던 기후금융 목표를 걷어냈고, 국내에서는 전환금융이 선언에 그치지 말고 실제 상품과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서로 반대편에 선 듯한 두 흐름이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목표를 세우는 일과 자금을 실물로 밀어 넣는 일은 서로 다른 기술이다. 앞의 것은 회의록으로 끝나고, 뒤의 것은 심사역과 여신 규정과 담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늘어난 것은 대체로 앞쪽이었다. 선언의 총량이 커질수록 그 선언이 실제 집행을 얼마나 대변하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워졌다.

기후금융의 성적표는 약속된 목표 비율로 매겨질 수 없고, 실제로 설비가 바뀐 현장의 건수와 금액으로 매겨져야 한다.

반대 논리는 만만치 않다. 목표치가 있어야 조직이 움직인다는 주장이다. 비율 목표는 내부 예산 배분과 인사 평가에 붙는 고리 역할을 하고, 그 고리가 없으면 기후 관련 심사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세계은행이 목표를 거둔 결정을 두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목표를 지우면 명분도 함께 흐려진다는 우려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비율 목표 하나로는 돈이 갈 곳을 가려내지 못한다. 분모와 분자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같은 포트폴리오가 달성으로도, 미달로도 읽힌다.

감축 효과가 큰 고탄소 업종의 설비 교체는 분류 기준에서 밀려나기 쉽고, 처음부터 배출이 적은 사업은 손쉽게 실적으로 잡힌다. 목표 비율을 채우는 가장 빠른 길이 전환이 가장 절실한 곳을 비껴갈 수 있다.

전환금융이라는 말이 국내에서 힘을 얻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애초에 깨끗한 사업에 돈을 얹는 것보다, 더러운 공정을 덜 더럽게 만드는 데 돈을 대는 편이 총배출 감축에는 유효하다. 감축 경로를 어떻게 검증할지, 중간에 목표를 못 지킨 차주에게 어떤 조건을 걸지가 상품 약관에 들어가야 논의가 진전된다.

그러니 앞으로 확인할 것은 기관들이 내건 퍼센트 너머에 있다. 여신 심사표에 감축 경로 항목이 새로 붙었는지, 금리 조정 폭이 실제 감축 실적에 연동되는지, 그리고 견적서를 든 그 화학업체가 창구에서 상품 이름 하나를 듣고 나오는지다. 선언은 쌓일 만큼 쌓였다. 이제 그 선언을 계약서 문장으로 옮겨야 한다.

곽동현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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