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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6개국, 에어컨이 기후 대응을 앞섰다

김범수·입력 2026. 08. 24. 오후 3:05:00
냉방 확대 우선 응답 41~48%, 기후 우선은 20~33%
냉방기가 늘어난 만큼 전력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냉방기가 늘어난 만큼 전력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 ⓒ 브레스저널

유럽 6개국에서 '에어컨 보급 확대'가 '기후변화 대응'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각국 성인 1,028명에서 2,105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다. 여섯 나라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 영국은 48% 대 23%였다.

나라별 격차는 제법 벌어졌다. 스페인이 48% 대 26%,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45% 대 26%, 45% 대 33%였다. 폴란드는 41% 대 20%로 기후 대응 응답률이 가장 낮았다. 이탈리아만 35% 대 32%로 두 응답이 붙었다.

이 결과를 기후 대응 포기로 읽으면 조사의 나머지 절반을 놓친다.

같은 조사에서 에어컨 보급 확대가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12~24%에 그쳤다. 유럽인 대다수는 냉방과 감축을 맞바꿀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로 기후 영향을 든 응답은 6~27%였던 반면, 설치 비용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은 응답은 51~75%에 달했다. 사람들을 망설이게 하는 건 돈이다.

요구는 오히려 선명하다. 6개국 응답자의 61~73%가 모든 신축 주택에 에어컨이 기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지방 당국 승인이나 임대인 허락 없이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65~75%로 높았다. 응답자들이 바꿔 달라고 지목한 지점은 신축 설계 단계와 임대차 규정이다.

공교롭게도 유럽의 정책 쪽에서는 힘을 빼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재원인 세금과 수수료를 내렸고, 독일 의회는 가정 난방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화한 조항을 거둬들였다. 셸은 네덜란드 바이오연료 공장 건설 계획을 접었고,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12GW를 만들겠다던 목표를 내려놨다. 이런 정책 후퇴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냉방 수요를 줄이는 설계와 냉방 자체는 함께 간다
냉방 수요를 줄이는 설계와 냉방 자체는 함께 간다 / ⓒ 브레스저널

에어컨은 유럽에서 '문화 전쟁'의 전선으로도 떠올랐다. 주류 정당은 이념적 이유로 보급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우익 정당은 에어컨을 필수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냉방을 정치 색깔로 나누는 구도는 양쪽 모두에게 손해다.

설치 비용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으니, 고효율 기기 보조와 저소득 가구 우선 지원은 냉방 접근권과 전력 수요 억제를 동시에 건드린다. 신축 의무화 요구가 60%를 넘은 지점도 마찬가지다. 단열과 차양, 냉방기 효율 기준을 함께 묶으면 같은 시원함을 더 적은 전기로 얻는다.

존 브라운 전 BP 최고경영자는 탈탄소 에너지 믹스 정책이 가속되지 않고 있다며 기후 대응을 촉구했다. 유럽 시민의 응답도 같은 곳을 향한다. 폭염을 견딜 수단을 달라는 요구와 배출을 줄이라는 요구가 한 사람 안에 같이 있다.

당장 집에서 할 일이 있다. 에어컨을 새로 들일 계획이라면 기기값보다 에너지효율 등급과 실내기 용량 산정을 우선 따져보길 권한다. 여름 전기요금과 배출량이 여기서 갈린다.

그리고 임대 주택에 산다면 설치 조건을 계약서에서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유럽 응답자 열에 일곱이 바꾸고 싶어 한 게 그 조항이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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