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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세운4구역, 재심의도 보류

김범수·입력 2026. 08. 20. 오후 7:57:00
2년 7개월 만의 심의, "사업계획 확정 뒤 다시" 결론
종묘 담장 너머로 세운4구역 개발 논의가 이어진다
종묘 담장 너머로 세운4구역 개발 논의가 이어진다 / ⓒ 브레스저널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가 8월 19일 '서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보존방안' 안건을 보류했다. 사업시행계획 변경이 확정된 뒤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이유다. 국가유산청은 이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안건을 낸 쪽은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다. 2024년 1월 보류 이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올라온 안건이었다. 당시 심의는 국가유산위원회로 통합되기 전의 문화유산위원회가 맡았고, 위원회는 '구체적 보존방안'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 사이 조직이 바뀌었고, 매장유산분과 위원 구성도 달라졌다.

SH가 제출한 안의 뼈대는 이전 보존이다. 주요 매장유산을 원래 있던 곳에서 옮겨 보존하고, 건물 지하 1층에 '문화유산광장'을 만들어 발굴 자료를 전시한다.

보존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종로구 예지동 일대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이문(里門) 유구와 북측 배수로다. 이문은 골목 어귀에 세워 도둑을 막고 치안을 지키던 문이다. 땅에서 나온 것은 문이 서 있던 흔적, 곧 돌과 흙이 눌린 자국과 그 옆으로 빠져나간 물길이다. 국가유산청은 종묘를 비롯한 중요 건물의 출입과 이동 체계를 밝힐 수 있는 도로·배수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해 왔다.

올해 3월 기자회견에서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실 관계자는 이문 유구가 나온 것을 국내 첫 사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2018년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종로 변 55m, 청계천 변 71.9m로 협의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최고 145m로 이를 올렸다. 올해 6월 18일에는 전임 종로구청장이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결재안을 결재했고, 하루 뒤 종로구보에 고시됐다. 변경안에 적힌 수치는 청계천 변 141.09m, 종로 변 98.7m다.

2018년 협의 높이와 올해 변경안 높이의 차이
2018년 협의 높이와 올해 변경안 높이의 차이 / ⓒ 브레스저널

6·3 지방선거로 새로 뽑힌 종로구청장은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전임자의 인가와 고시가 그대로 살아 있는지, 중단 지시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SH가 청장 허가 없이 사업부지 안 11곳을 시추했다며 3월 16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와 국가유산청장의 발굴조사 완료 조치가 없으면 이 땅에서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 SH가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확정하고 심의 의견을 반영해 안건을 다시 내면, 국가유산위원회가 재심의한다.

이전 보존은 유구를 지우지 않지만, 문이 서 있던 그 땅과 물이 흘러간 방위를 함께 옮길 수는 없다. 지하 1층 광장에 놓인 유구는 발굴된 정보의 일부만 품는다. 국가유산청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해 온 이유도 개별 유구 하나의 처리에 있지 않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발굴은 끝났고, 그 결과물은 지금 땅속에 덮여 있다. 다음 절차는 SH가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을 확정하는 시점에 다시 열린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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