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 채권시장에서 녹색채권이 차지한 몫은 1.8%였다. 주요국 평균 4.0%의 절반에도 닿지 못한다. 한국은행이 7월 30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 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은 그 원인을 발행 비용에서 찾았다. 인증과 사후보고에 드는 부담은 늘어나는데 되돌아오는 금리 이점이 그만큼 크지 않아, 기업이 굳이 녹색 꼬리표를 달 이유가 흐려졌다는 진단이다.
외형만 보면 시장은 컸다. 국내 발행 규모는 2018~2020년 연평균 1조원 수준에서 2021년 이후 연 6~9조원 수준으로 뛰었고, 발행기관 수는 2018~2020년 연평균 4개에서 2021~2025년 연평균 44개로 늘었다. 지난해 발행액은 131억달러, 원화로 약 19조원으로 세계 13위였다.
대기업이 만기 5년, 1000억원짜리 녹색채권을 낼 때 외부 검토와 인증, 사후보고 등에 붙는 추가 비용을 한은은 5~10bp로 추정했다. 1bp는 0.01%포인트다. 반대편에서 그리니엄과 정부 이차보전으로 깎이는 몫이 6~9bp여서, 양쪽을 더하면 총 발행비용은 일반채권과 사실상 같아진다.
발행기관의 체감도 그 선에 걸쳐 있다. 한은 설문에서 42.2%는 녹색채권 발행 비용이 일반채권과 비슷하다고 답했고, 20.0%는 오히려 더 든다고 했다. 조달금리를 두고는 86.7%가 일반채권과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낮다고 본 곳은 13.3%에 그쳤다.
반복 발행이 드물다는 점도 걸린다. 발행 경험이 있는 137개 기관 가운데 10회 이상 낸 곳은 9개였고, 한 번으로 그친 곳이 57개였다. 열에 넷은 한 차례 해보고 손을 뗐다.

발행 동기는 재무보다 평판 쪽으로 기운다. 친환경 경영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꼽은 응답이 36.5%로 가장 많았고, 신규 투자자 확보가 18.3%, 재무적 이익이 15.1%로 뒤를 이었다. 제약으로는 관리와 인력 부담, 적격 프로젝트를 찾기 어렵다는 점, 발행 절차의 복잡함이 주로 지목됐다. 조달자금이 실제로 흘러간 곳은 청정운송이 33.3%로 가장 컸고 신재생에너지 20.8%, 에너지효율 증대 16.7% 순이었다.
NH농협은행은 7월 29일 10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선순위 한국형 녹색채권을 연 3.69% 금리로 발행하고 31일 이를 공개했다. 2023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조달한 자금은 리스·렌터카 사업자가 무공해차량을 살 때 쓰는 금융 등 친환경 사업에 전액 투입된다. 이 은행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2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했다.
한은이 내민 처방은 비용을 깎고 절차를 줄이는 쪽에 몰려 있다. 이차보전 같은 지원사업을 유지하고 처음 발행하는 기관에 우대를 주자는 안이 담겼다. 발행 서식과 절차, 보고 항목을 간소화하고 부처마다 제각각인 제출 서식을 하나로 맞추자는 제안도 나왔다.
투자자를 겨냥한 과세특례 검토도 함께 올렸다. 보고서는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김재영 과장이 썼다.
녹색채권은 2007년 유럽에서 처음 나왔고, 지난해 전 세계 발행액은 6135억달러, 약 886조원이었다. 한국의 첫 발행은 2018년 산업은행이다. 그 뒤로 발행기관은 늘었지만 채권시장에서 녹색이 차지하는 몫은 2%에 못 미친다. 다음 발행자가 인증 서류를 다시 꺼낼지는 5~10bp의 부담이 얼마나 얇아지느냐에 걸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