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5월 8일 총 3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을 통한 발행으로, 3년 만기 1500억원과 1년 만기 1500억원으로 나뉜다. 2026년 시중은행 가운데 첫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사례이며, 단일 발행 규모로도 가장 크다. 조달 자금은 태양광·풍력 기반 에너지 생산과 폐기물 에너지 회수 사업에 전액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액은 2024년 1500억원, 2025년 1500억원에 이번 3000억원을 더해 누적 6000억원(2026년 5월 기준)이 됐다. 2022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규모로 파악된다. 이번 발행은 2026년 수립한 ESG 경영전략 'NEXT ESG'와 50대 세부 실행과제 'NEXT 50'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은행권 전체로 보면 ESG채권 발행은 한 곳에 쏠려 있다. 2025년 KB국민·신한·우리은행 3개 시중은행의 ESG채권 발행액 1조8100억원 중 우리은행 몫이 1조5600억원이었고, 하나은행은 발행하지 않았다. 2026년 들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ESG채권을 발행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5월 13일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우리은행의 2026년 ESG채권 발행액은 5000억원이다.
시계열로 넓히면 감소 흐름이 더 뚜렷하다. 4대 은행 ESG채권 발행액은 2021년 2조22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6960억원, 2023년 5500억원으로 줄었다. 발행 주체가 분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량만 놓고 시장의 확대를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조달 자금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적합 사업에만 쓰도록 제한한다. 환경부 지정 기관의 적합성 평가를 거쳐야 하고, 자금을 집행한 뒤에도 보고 의무가 붙는다. K-택소노미는 정부가 2022년 내놓은 녹색금융 가이드라인이다.
판별을 뒷받침할 기반도 같은 달 움직였다. 한국신용정보원은 5월 14일 K-택소노미 기반 '기후금융 웹포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떤 사업이 녹색으로 분류되는지 가려주는 시스템을 제공해 은행 대출심사에 활용하도록 하고, 녹색인증·환경기술 같은 기업 환경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형태다. 시범 운영 기간에 금융권 의견을 받아 판별 기준을 계속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발행 실적이 늘어도 어떤 사업을 녹색으로 볼지에 대한 공통 기준이 흔들리면 검증 비용은 개별 금융회사가 떠안는다. 판별 도구가 대출심사 단계로 내려온다는 점은 녹색금융의 평가 지점이 발행량에서 자금 사용처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웹포털의 판별 결과가 실제 심사와 적합성 평가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발행의 금리 조건과 이차보전 지원 규모는 공개 전이다. 지켜볼 지표는 두 가지다. 우리은행 외 시중은행이 2026년 하반기에 발행에 나서는지, 그리고 기후금융 웹포털이 시범 단계를 넘어 정식 서비스로 전환될 때 판별 기준이 어디까지 구체화되는지다. 두 흐름이 맞물릴 때 녹색금융의 실제 폭을 가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