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대한제국 13년, 다시 부르는 이름

김범수·입력 2026. 07. 31. 오전 7:36:00
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 9개월 만의 재개관, 유물 65점
가로 262cm의 데니 태극기가 새 전시실 중앙에 걸렸다
가로 262cm의 데니 태극기가 새 전시실 중앙에 걸렸다 / ⓒ 브레스저널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을 개편해 지난 30일 다시 열었다. 전시실은 약 9개월간 닫혀 있었다. 지난해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치르느라 비워둔 공간을 그대로 재정비에 넘겼다. 새로 놓인 유물은 65점, 그중 보물이 7점이다.

보물 목록에는 칙명용 어보인 국새 '칙명지보'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데니 태극기가 들어 있다. 전(傳) 채용신 필 '고종황제어진'도 함께 걸렸다. 어진 원본이 일반에 나온 것은 7년 만이다. 황제의 어새는 세 점이 함께 놓였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2cm, 세로 182.5cm다. 국내에 남은 태극기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가장 크다. 고종이 조선의 외교 고문을 지낸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1838~1900)에게 내렸다.

전시는 세 부로 나뉜다. 1부는 1897년 황제국 선포와 근대 주권국가를 향한 지향을 다룬다. 2부는 행정제도 개편과 신식 교육 확대, 신문과 잡지의 보급을 보여준다.

대한매일신보와 독립신문이 놓였고, 1890년대 프랑스 공사관이 만든 한성 지도와 서양식 예복에 차던 예검도 나왔다. 3부는 국권 침탈과 저항이다. 을사늑약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환(1861~1905)의 유물이 여기 있다.

박물관은 이번 개편의 초점을 해석에 뒀다고 설명했다. 황제 즉위와 근대화 추진을 제국주의가 밀려들던 시기에 자주권을 지키려 한 노력으로 읽겠다는 것이다. 개편 전 공간은 2016년부터 상설전시관 안에 있었고 약 27평 규모였다. 새 전시실은 약 40평으로 넓어졌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를 헐 때 나온 동제 상량문과 정초 은판도 이번에 처음 일반에 나왔다. 은판에는 '조선총독부 청사 신축, 대정 9년 7월 10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대정 9년은 1920년이다.

조선 총독을 두 차례 지낸 사이토 마코토의 이름도 함께 새겨졌다. 청사 남쪽 모서리 아래 묻혀 있던 물건이라는 기록이 붙어 있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때 나온 매설 유물이 처음 공개됐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때 나온 매설 유물이 처음 공개됐다 / ⓒ 브레스저널

어진 원본은 빛에 약하고, 태극기의 천은 더 약하다. 박물관은 영상 기술을 끌어들였다. 투명 OLED와 커브드 스크린, 인공지능을 써서 대한제국 시기의 흑백 사진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상영작은 다섯 편으로, 벽과 모서리에 나뉘어 걸린다.

입구에서 만나는 영상은 전등과 이화문을 한 화면에 섞어 보여준다. 오얏꽃은 대한제국 황실의 표식이고, 전등은 그때 들어온 문물이다.

유홍준 관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방을 말했다. 상설전시실 제2관이 완공되면 일제강점기실을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상설전시실은 7개 관 39개 실에 유물 9884점을 걸고 있지만, 1910년부터 1945년까지를 따로 다루는 방은 없다.

제2관 부지는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중인 단계다. 유 관장은 올해 초 관훈포럼에서도 제2관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1910년 국권을 잃은 뒤 총독부는 국호를 대한제국에서 조선으로 되돌렸다. 순종은 황제에서 왕으로 내려앉았다. 대한제국은 13년으로 끝났다.

유 관장이 올해 박물관에 기증한 박영효·김가진 유묵 병풍은 같은 층 조선3실에 걸려 있다. 대한제국실을 나와 몇 걸음이면 닿는다.

관람객은 늘고 있다. 올해 1~6월 379만5400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1만6323명보다 39.7% 많다. 2025년 한 해 관람객이 650만 명 수준이었으니, 올해는 그 궤도를 크게 벗어난다.

대한제국실은 상설전시관 1층 120호다. 데니 태극기를 마주 보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민영환의 유물이 보이고, 그 반대편 끝에 총독부 청사에서 나온 은판이 있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