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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는 행주산성, 흙길 위에서 여는 공연

편집부·입력 2026. 08. 03. 오전 10:32:00
고양시, 9월 행주산성 일원에서 국가유산 야행 '행주가 예술이야'
덕양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행주산성의 흙길
덕양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행주산성의 흙길 / ⓒ 브레스저널

경기 고양시가 오는 9월 행주산성 일원에서 '2026 고양 국가유산 야행 - 행주가 예술이야'를 연다. 해가 넘어간 뒤 문화유산을 걸어서 둘러보고, 그 길 위에서 예술 공연을 보는 행사다. 낮에 열고 저녁에 닫던 유산이 밤에 관람객을 받는다.

행주산성은 흙을 다져 쌓은 토성이다. 손바닥으로 성벽을 스치면 마른 흙가루가 묻고, 비 온 다음 날에는 젖은 흙과 풀뿌리 냄새가 능선까지 올라온다. 덕양산 등성이를 따라 난 길은 해가 지면 발밑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래로는 한강이 흐르고, 낮게 깔린 물소리 위에 강 건너 도로의 소음이 얹힌다.

1593년 권율이 이끈 군사와 이 언덕 사람들이 왜군을 막아낸 곳이다. 강을 등지고 가파른 비탈을 올려다봐야 하는 지형이 그 방어를 가능하게 했다. 그 전투는 오랫동안 한낮의 답사에서 안내판 글자로 읽혔다. 야행은 같은 이야기를 어둠 속 걸음으로 바꿔놓는다.

밤에 사람을 들이는 결정은 유산에 부담을 남긴다. 조명 기구를 세우려면 지반을 건드리게 되고, 흙으로 쌓은 성벽은 많은 발길에 쉽게 깎인다. 보존만 앞세우면 유산은 사진으로만 남고, 활용만 앞세우면 남길 것이 줄어든다. 관람 인원을 얼마나 받고 동선을 어디까지 열어둘지가 고양시의 실무 과제로 남는다.

국가유산 야행은 전국 여러 도시에서 열려 왔다. 고양은 부제에 '예술'을 넣었다. 공연을 유산 옆에 세워두는 데 그치지 않고 성벽과 강과 어둠을 무대의 재료로 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행주산성은 인근 주민에게 산책로 노릇을 해온 언덕이기도 하다. 밤 행사는 그 생활 시간 안으로 들어간다.

흙과 돌이 섞인 비탈을 오르내릴 신발을 신는 편이 낫다.

해가 진 행주산성에서는 성벽의 윤곽이 하늘과 맞닿은 선으로만 남는다. 그 선을 따라 걷는 동안 발밑에서 흙이 부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9월, 덕양산 초입에서 그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9월
장소: 행주산성 일원(경기 고양시)
주최: 고양시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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