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가 '제1차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7월 20일 밝힌 대로 이튿날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열린 첫 회의다. 전기위원회는 기존 '전력계통 및 신뢰도 전문위원회'를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로 개편했다. 이름이 바뀐 만큼 다루는 범위도 넓어졌다.
그리드코드는 전력망을 어떻게 운영할지 정해둔 기준의 묶음이다. 전력계통 신뢰도와 전기품질 유지기준이 들어가고, 전력시장운영규칙도 포함된다. 송·배전전기설비 이용규정 역시 이 안에 있다.
첫 회의에서는 인버터 기반 전원에 맞는 국내 그리드코드 현황과 개선 과제, BESS 안전성 및 계통 연계기준을 우선 다루기로 했다. 여기에 대규모 정전 예방과 계통 복원체계, 미래 전력계통 운영기준의 중장기 개선안이 더해졌다.
보급 목표와 사업 일정은 앞서 나가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시스템 전환 계획을 내놨다. 5월에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는 2030년까지 100GW다.
해상풍력은 2035년까지 25GW 보급을 목표로 잡았고, 향후 10년간 총 55GW 규모의 입찰 로드맵이 확정됐다. 연평균 4GW 이상을 새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도 사업이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 대상으로 1786MW 규모 사업이 뽑혔고, 그중 532MW가 부유식이다. 390MW짜리 신안 우이 해상풍력은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해 제정된 해상풍력 특별법과 함께 국민성장펀드·미래에너지펀드를 활용한 1조3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이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의 약 40%에 해당한다.
태양광도 물량이 붙었다. 기후부는 올해 1GW 규모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공고했다. 상한가격은 kWh당 147.686원으로, 전년보다 5% 낮췄다.
부산대 경제학부 김영덕 교수는 '한국기후변화학회지' 최근호에 '전력부문에서 신재생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에 대한 분석'을 실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5개 발전공기업 자료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발전을 얼마나 대체했는지 추정한 논문이다. 감축 효율성 파라미터는 통계적으로 0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배경에는 규모의 차이가 있다. 같은 10년 평균으로 보면 발전공기업 한 곳의 신재생 발전설비는 화석연료 설비의 2.6%였다. 발전량 비중은 2.2%에 그쳤다.
이 정도 몫으로 기존 발전을 밀어내기는 어렵다. 대체가 일어나려면 전기가 실제로 계통에 실려야 한다.
[일러스트: 회전하는 원판형 기계 장치와 사각형 전자 소자가 같은 전선망에 물려 있는 대비 구성 | 캡션: 동기발전기 중심 계통에 인버터 전원이 들어오면 운영 기준부터 달라진다]
태양광과 풍력은 인버터를 거쳐 계통에 붙는다. 회전하는 동기발전기를 중심으로 짜인 기존 전력망과는 성질이 다르다. 전력계통은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에서 태양광, 풍력, ESS, 수요자원이 함께 참여하는 분산형·양방향 체계로 바뀌는 중이다.
송전망이 모자라거나 계통 운영 제약이 걸리면 발전을 줄이는 사례도 생긴다. 지어놓은 설비가 멈추면 감축분도 함께 사라진다.
정부의 대응 축 하나는 저장 설비다. 송전용 ESS에 그리드포밍 기술 적용을 넓히고, 장주기 배터리 기반 ES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가 BESS 연계기준을 첫 회의 안건에 올린 것도 같은 흐름에 있다.
보급 목표와 계통 기준은 함께 진행돼야 성과가 나온다. 100GW라는 목표는 설비를 세우는 일이면서, 그 설비가 만든 전기를 언제 어떤 조건으로 계통에 받아들일지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문위원회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그리드코드 개정은 전력시장운영규칙과 송·배전 이용규정을 손대는 작업이라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준비하거나 옥상 태양광을 검토하는 쪽이라면, 발전 단가와 함께 계통 연계 조건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기후부와 전기위원회가 내놓는 그리드코드 관련 행정예고와 규칙 개정안이 그 확인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