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대 13. 전국 지자체 가운데 기후대응을 맡은 전담부서를 따로 둔 곳의 수다. 나머지 94.6%는 폐기물이나 위생 업무를 보는 과, 또는 행정복지국이나 도시건설국처럼 환경과 거리가 있는 조직이 기후 업무를 겸해 맡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 6일 내놓은 '민선 9기 지역 기후 거버넌스 개편 제안'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주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일 전국 광역지방정부 부단체장들을 서울 영등포구로 불러 모아 '지역사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실행전략'을 내놨다. 김성환 장관이 회의를 직접 이끌었다.
비전으로 내건 문구는 '지역이 주도하는 2050 탄소중립'이다. 지방정부를 탄소중립의 핵심 실행 주체로 못 박았고, 정책을 받아 집행하는 기관으로는 두지 않았다.
한 주 사이 선언이 나온 동시에 현실이 드러났다.
실행전략은 지역 주도 이행체계를 손보고, 7대 녹색 인프라를 중심으로 지역별 이행모델을 만들고, 정보와 재정과 역량을 대는 지원 기반을 다시 설계하는 내용으로 짜였다. 녹색 인프라 일곱 갈래는 에너지, 폐기물, 수송, 주택·건물에 흡수원과 기후적응, 녹색일자리를 더한 것이다. 에너지에서는 햇빛과 바람으로 소득을 내는 마을을 늘리고 주택·아파트 지붕과 베란다에 태양광을 깔며, 섬 지역은 계통에서 떨어져 나와 재생에너지만으로 돌아가는 'RE100 섬'으로 바꾼다는 그림이다.
다른 분야도 그림이 제법 촘촘하다.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는 데 맞춰 소각시설을 늘리고 낡은 공공하수처리장을 고치며,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바꾸는 시설도 확대한다. 버스가 잘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는 지방정부가 주도해 부르면 오는 전기버스와 전기택시를 넣고, 중앙정부는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를 댄다. 폭염과 한파에 노출되는 야외근로자와 농어민을 위한 기후보험도 새로 제시됐다.
조직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기후부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를 다시 짜고, 단체장 직속 전담조직을 두도록 지자체를 이끌겠다고 했다. 유역환경청과 탄소중립지원센터를 묶어 지역별 이행을 들여다보고 진도가 더딘 과제는 개선을 돕는다. 감축 성과가 좋은 곳은 지자체 합동평가에 반영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설계도 붙었다.
연구소 쪽은 모든 지자체에 기후 전담부서를 두도록 법으로 의무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 전략은 확대하고 유도하는 선에 머물렀다. 재정 지원 방안 상당수도 검토와 지원이라는 말에 걸쳐 있다. 구체적인 재정 규모와 법·제도 손질 내용은 후속대책에서 가려진다.
조직을 갖추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서울 노원구다. 2023년 탄소중립 추진단으로 출발했고, 2024년 법 개정으로 국 단위 조직을 둘 수 있게 되자 2025년 탄소중립국으로 몸집을 키웠다. 산하 탄소중립도시과 아래에 에너지관리팀, 자전거도시팀, 녹색건축지원센터를 감축 부문별로 배치해 놓았다. 반대편에는 별도의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없이 기존 환경위원회가 그 일을 대신하고, 그 위원회마저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마포구가 있다.
기초지자체 226곳 중 탄소중립지원센터를 둔 곳은 42곳, 연간 운영 예산은 평균 2억 원 안팎이다. 기후부는 광역과 기초 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세밀하게 공개하는 시스템, 지방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도입도 추진 목록에 올랐다.
시민 쪽 통로도 함께 열렸다.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지난 4일 청주에서 기후시민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의제 세 가지를 확정했다고 7일 알렸다. 기업 온실가스 감축 촉진, 일회용품을 줄이는 자원순환 강화, 기후시민 의식을 높이는 교육과 참여 활성화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해 지역과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뽑은 200명이 연말까지 정책권고문을 써서 낸다. 기후대응위가 이를 심의·의결하면 소관 부처와 지자체로 통보되고, 이행 상황 점검이 뒤따른다.
지금 지방정부의 기후 사업은 중앙정부 공모와 국고보조에 크게 기대고 있다. 돈줄이 위에 있는데 일할 사람과 조직이 아래에 없으면, 지역 주도라는 말은 문서에서만 살아남는다. 반대로 권한과 예산과 조직이 같이 내려가면 노원구 같은 사례가 열세 곳에서 멈출 이유는 없다.
연말까지 기후시민회의 권고문이 만들어지는 동안,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조직도를 한 번 열어보길 권한다. 우리 동네의 기후 업무를 어느 과가 맡고 있는지, 위생과인지 도시건설국인지 확인하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 그 한 줄을 알고 나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후보자에게 물을 말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