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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논쟁, 쟁점은 준비의 두께다

김범수·입력 2026. 06. 15. 오후 12:18:00
송전망 준공·거리 행진·전문가 토론회가 같은 주에 겹쳤다
섬과 섬을 스물두 번 건넌 154㎸ 송전망이 전 구간 운전에 들어갔다
섬과 섬을 스물두 번 건넌 154㎸ 송전망이 전 구간 운전에 들어갔다 / ⓒ 브레스저널

바다 위에 263m짜리 철탑이 섰다. 전남 무안과 신안을 이어 주는 154㎸ 송전망(운남~신안~읍동)이 지난 7일 발표 기준으로 전 구간 준공돼 운전에 들어갔다. 총 연장 52㎞, 섬과 섬을 스물두 번 건넜고 가장 긴 해상 횡단 구간은 2㎞였다. 정부는 이 송전망으로 약 190㎿ 규모의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대기 물량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주에 전혀 다른 두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13일 오후 3시 경남 창원에서는 600여 명이 모여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6.13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을 열었다. 그리고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가 제17차 토론회 '에너지 정책, 생존의 문제다'를 열었다. 한쪽은 더 빨리 가자고 했고, 다른 쪽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가자고 했다.

전력망이 모자라면 지은 발전소도 돌리지 못한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는 2023년 2회에서 2024년 27회, 2025년 82회로 뛰었다. 이 수치가 전국 기준인지 전남 기준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증가 폭 자체는 논쟁의 여지가 크지 않다.

토론회에서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쏠림을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목표량의 87%가 태양광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25년 말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37.1GW이고, 100GW에 닿으려면 앞으로 4~5년간 매년 12.6~15.7GW를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연간 최대 보급량 4.6GW의 최대 3.4배다.

보급이 늘어난 만큼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교수는 독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동시에 주저앉는 둔켈플라우테, 미국 캘리포니아의 저녁 시간대 재생에너지 급락을 들었다. 독일은 이웃 나라 화력과 원전에서 전기를 사 오지만 한국 계통은 섬처럼 고립돼 있다. 저장장치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해도 1kWh당 90원 이상이 붙을 수 있다는 견해를 그는 내놨다.

전력망·저장장치·고용 대책이 확대 속도를 실제로 결정한다
전력망·저장장치·고용 대책이 확대 속도를 실제로 결정한다 / ⓒ 브레스저널

그렇다고 태양광의 몫이 작은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설 연휴 낮 시간대에는 태양광이 국내 총수요의 47.4%인 23.7GW를 공급해 원자력 15.9GW를 앞섰다. 박주헌 교수는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려면 매일 130만 석유환산톤의 화석에너지를 무탄소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감축 목표와 원전 활용, 재생에너지의 점진적 확대, LNG 비중 유지를 함께 제안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신설 계획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 거리에서 나온 요구는 사람 쪽을 가리켰다. 참가자들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한전KPS 비정규직 직접고용,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구성, 그리고 공공재생에너지법·통합한국발전공사법·정의로운 탈석탄법·탄소중립녹색성장법 등 기후정의 4법 제·개정을 내걸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청원은 작년 5만 명 안팎이 참여해 성사됐다. 행진은 공공재생에너지연대와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전국민중행동,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민주노총이 함께 주최했다.

이들이 창원에 모인 이유는 일정표에 있다. 충남 태안 1호기가 작년 연말 문을 닫았고, 이달 경남 하동 1호기 폐쇄가 예정돼 있다. 경남은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14기 중 10기가 문을 닫는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2040년 단계적 폐쇄 계획이 확정돼 있어, 남은 시간은 발전소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음 일자리를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전력망을 제때 깔 수 있는가, 저장장치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던 사람이 어디로 가는가. 이재식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관은 출력제어 완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력망을 제때 짓고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 세 가지에 답이 채워지는 만큼 확대가 가능하다.

독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사는 지역의 전력망 확충 계획과 지역 에너지계획은 지방자치단체 공고와 주민설명회를 통해 열람할 수 있고, 의견 제출 기간도 정해져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마을에서 열리는 설명회는 대개 평일 낮에 열려 참석자가 적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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