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발전소는 늘었는데 콘센트가 없다

김범수·입력 2026. 06. 06. 오전 7:10:00
2030년 100GW 목표, 전력망 접속이 실질 관문으로
발전 설비는 늘었지만 전기를 실어 나를 선로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발전 설비는 늘었지만 전기를 실어 나를 선로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 ⓒ 브레스저널

충남 보령의 공공 해상풍력 사업자는 전력을 언제부터 송전망에 실을 수 있는지 물었다가 2032년 이후라는 답을 받았다. 같은 지역 석탄화력 6기의 폐지 시점보다 최소 2년이 더 걸린다. 발전기를 다 지어놓고도 전기를 내보낼 선로가 없어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라는 국정과제의 성패는 발전소를 몇 기 세우느냐보다 그 전기를 받아줄 통로가 언제 뚫리느냐에서 갈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11.4%에서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세부 전략인 제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이 나왔다. 신재생에너지법도 3월 17일 재생에너지법으로 개정돼 오는 9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신에너지 관련 규정은 수소법으로 옮겨졌다. 제도 정비는 착착 진행돼 왔다.

설비 증가세도 나쁘지 않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지난해 37.1GW 수준으로 올라섰다. 태양광 누적 설비는 30.8GW이고, 100GW 계획대로라면 56.2GW를 더 얹어 87GW까지 가야 한다. 풍력은 육상·해상을 합쳐 2.5GW 남짓으로, 2030년까지 4배 이상 늘리는 그림이 잡혀 있다.

문제는 확충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다. 태양광 연간 설치 실적은 2020년 4.6GW가 근래 최고였고 지난해에는 3.9GW에 머물렀다. 87GW에 닿으려면 해마다 11GW 이상을 깔아야 한다. 실적을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려야 하는데, 설치업체 수를 늘린다고 풀리는 종류의 병목이 아니다.

기후솔루션은 계통접속 지연을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장애물로 짚었다. 방치하면 100GW 목표 자체가 흔들린다는 진단이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를 인용해 제시한 프로젝트 지연 비용은 MW당 평균 20만 달러.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금융비용과 기회비용이 쌓이다 사업이 접히는 경우가 해외에서도 흔했다는 이야기다.

접속 순서는 선착순으로 정해진다. 용량만 확보해 두고 착공하지 않는 이른바 알박기 사업이 통로를 막아도 뒤에 선 실수요자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업 의지가 없는 허수 사업자를 정리해 7.9GW 규모 계통용량을 회수하고 실제로 짓겠다는 곳에 다시 나눠주기로 했다. 회수 절차와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석탄이 비운 통로를 누가 이어받는지도 관건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보령·당진·태안·사천·하동 등지에서 2030년까지 9GW의 석탄발전을 접기로 해두었지만, 그 뒤를 채우도록 설계된 발전원은 LNG다. 폐지 일정 자체도 미뤄졌다. 보령5호기는 9개월 늦춰져 내년으로, 하동2·3호기는 각각 24개월 밀려 2029년으로, 삼천포6호기는 25개월 지연돼 2031년으로 옮겨졌다.

접속용량만 붙잡고 사업을 미룬 물량이 실수요자의 순번을 막아왔다
접속용량만 붙잡고 사업을 미룬 물량이 실수요자의 순번을 막아왔다 / ⓒ 브레스저널

중국은 전체 발전 설비의 60%가 재생에너지이고 지난해에만 452GW를 새로 깔았다. 올해 1분기 태양광은 전년 동기 대비 33%, 풍력은 23%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석탄·가스 발전량이 4% 증가하며 전력 부문 배출이 함께 늘었고, 발전된 재생에너지가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양도 커지고 있다. 화력을 기저로 놓고 굴리는 운영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가 준비하는 처방은 통로와 운영 양쪽을 겨냥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혁신, 기후재난 대응 인프라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분산에너지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상풍력에서는 단지마다 송전선로를 따로 놓는 대신 해안 변전소를 중심으로 여러 단지를 묶는 공동접속설비를 도입한다.

신안 한 곳에서만 2~3조원을 아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산지소형 분산망과 서해안 해저 HVDC, 지역 전력망 확충도 함께 추진된다.

산업 쪽 숙제도 남아 있다. 태양광 모듈 국산 사용률은 2024년 41.6%까지 내려앉아 계획상 목표인 80%와 거리가 멀다. 2022~2024년 추진된 해상풍력 사업 대다수에는 외국산 터빈이 올라갔다.

세계 주력 모델이 15MW급이고 해외가 20MW급으로 넘어가는 동안 국내는 10MW급 상용화 문턱에 서 있다. 해상풍력 특별법에 따른 계획입지와 인허가 패스트트랙이 가동되면 사업 속도는 붙지만, 늘어난 물량을 국내 산업이 공급할 수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력망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설비여서 논의의 뒷자리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송전선 한 구간을 어디에 놓을지는 지역 주민 동의 없이 정해지지 않고, 그 협의가 몇 년을 좌우한다. 송·변전 설비 입지는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쳐 정해진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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