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패널에 앉은 세 정당 의원이 각자 다른 처방을 말했는데, 전제만은 같았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일은 진영의 취향을 넘어 국가의 방어선에 해당한다는 것.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 클라이밋 토크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국민의힘 김건,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한자리에 앉아 이 전제를 공유했다.
행사 주제부터가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의 에너지 안보 - 한·독 거버넌스 대화'였다. 주한독일대사관과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이 함께 열고 기후솔루션이 주관했다. 축사는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윤재옥 대표의원, 서울국제법연구원 정서용 원장, 외교부 견종호 기후변화대사 순으로 이어졌다.
개회사를 맡은 외른 바이써트 주한독일대사관 대리대사는 화석에너지에 기대는 만큼 나라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 정책이기 이전에 안보 정책이라는 것. 그는 유럽 일부 도시 기온이 올여름 40도에 육박했고 WHO가 집계한 폭염 사망자가 13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재생에너지를 늘려두지 않았다면 유럽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50% 선에 갇혀 있었으리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독일 쪽 경험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은 JBO 엔지니어링 그룹 팔크 뤼데케 대표였다. 그가 든 출발점은 2000년 발효된 재생에너지법(EEG)이다. 고정가격을 보장해 투자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준 이 제도를 지렛대 삼아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6.2%에서 27.8%까지 올라섰다. 그 길이 매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어서, 2014년 무렵 정책이 끊기며 산업이 움츠러든 시기와 2025년의 입찰 실패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조건이 같지도 않다. 뤼데케 대표는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균등화발전비용(LCOE)에 도달한 반면, 아시아·태평양은 풍속이 약하고 태풍과 지진 같은 자연 조건의 제약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독일의 제도를 그대로 복사해오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의 현실을 꺼낸 쪽은 박지혜 의원이었다. 재생에너지는 10%대에 머무는데 화석연료는 60%에 이른다는 것. 그는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상향 목표를 가장 급한 과제로 꼽으며 전력망 수용력 확대, 국내 산업 육성, 주민이 수익을 나누는 '햇빛 소득 마을' 방식의 수용성 정책, 배출권거래제(ETS) 강화, 녹색국채 발행을 함께 제안했다.
김건 의원은 접근법을 달리했다. 기후 대응을 에너지 안보의 언어로 옮겨 담을 때 추진력이 붙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고, 원전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와 에너지원 다변화를 강조했다. 송전망 같은 기반시설이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웃 나라와 전력을 주고받지 못하는 한국의 처지를 두고 "전력에 있어서는 사실상 섬"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계획도 이 흐름 위에 있다. 견종호 기후변화대사는 지난해 발표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40년 화력발전소를 없애고 재생에너지를 세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전력망 문제는 산업 현장에서도 곧바로 부딪힌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이 나오자 전력이 모자란다는 우려가 따라붙었고, 김우창 청와대 국가AI정책비서관은 서남권의 재생에너지가 충분하며 더 늘릴 여지도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공감대가 곧 입법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조정식 국회의장의 상임위 배정에 반발해 11개 상임위 소속 의원 전원의 사임서를 낸 뒤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온전히 꾸려지지 못한 상태다. 논의가 이어질 상임위 자체가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집 근처에 송전선로나 태양광 설비가 들어선다는 안내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면, 주민설명회 일정을 한 번 확인해볼 만하다. 수용성이라는 말은 회의장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주민을 마주하는 그런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세 의원이 나란히 지적한 전력망 병목도 결국 같은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