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벽 전체가 초록이다. 책장 다섯 칸에 책이 서고 눕고 기울어진 채 빼곡하고, 그 아래 같은 초록 탁자가 벽에 붙어 있다. 나머지 세 면은 거친 돌을 쌓아 만들었다.
격자 창 두 개로 들어온 빛이 나무 책상 상판마다 흰 조각을 하나씩 얹어 놓았다. 그림자 길이로 보아 한낮에 가깝다.
책상은 여섯 개다. 의자는 등받이가 가느다란 살대로 짜였고, 상판 하나에 둘이 앉는다.
새것은 없다. 나뭇결은 닳아 흰빛으로 일어났고 붉은 마루에는 발이 드나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낡은 교실을 보면 부족한 살림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책장 다섯 칸을 저렇게 채워 둔 방을 가난하다고 부르기는 망설여진다.
무엇부터 갖추느냐에 관한 선택이 이 방 안에 그려져 있다. 책이 벽 한 면을 통째로 차지하고, 책상은 낡은 채로 계속 쓰인다.
창틀은 두껍고 유리는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다. 그 너머로 소나무 가지가 화면 위쪽까지 뻗어 들어온다. 수업 중 누군가는 반드시 저 가지를 본다는 뜻이다. 배움이 방 안에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른쪽 아래를 다시 본다. 그 구석의 마루는 어둡고, 어두운 쪽에는 책상이 하나도 놓여 있지 않다. 여섯 개가 모두 창빛이 닿는 왼쪽과 가운데로 모여 있다.
아이들은 밝은 곳으로 몸을 옮겨 가며 앉았을 것이다. 교실을 세우는 손은 벽과 마루까지 만들지만, 그 안에서 어디에 앉을지는 빛이 정해 준다.
흰 조각이 다음 상판으로 건너가는 데는 몇 분이면 넉넉하다. 그때 어느 책상이 어두워질지, 사진은 알려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