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와 세 채가 하늘을 비스듬히 가른다. 가장 높은 능선은 오른쪽에서 크게 솟았다가 왼쪽으로 길게 흘러내린다. 처마 끝마다 흰 막새가 동그랗게 줄지어 앉아, 잿빛 지붕과 옅은 하늘 사이에 점선을 그어놓았다.
그 아래 나뭇결은 붉게 익었고, 볕은 왼쪽에서 들어와 서까래 밑을 짙게 눌러둔다. 구름은 없다.
지붕은 비를 흘려보내려고 굽었다. 기왓장을 포개고 또 포개어 물길을 내면, 그 곡선이 끝에 가서 살짝 들린다. 손이 만든 선인데도 나뭇가지가 자란 모양을 닮았다.
한 채를 올릴 때마다 옆 채의 높이를 살폈을 것이다. 나란한 능선은 한 사람의 솜씨보다 여러 대의 합의에 가깝다.
사진 아래쪽 가장자리를 다시 본다. 처마 그늘에 매달린 작은 등 하나가 화면에 반쯤 잘려 있다. 밤이 오면 켜질 전깃불이다.
그 등은 이 지붕들이 박물관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표시다. 누군가 저 문을 열고 나와, 흰 벽에 검은 반원을 두른 담을 지나 골목으로 내려간다. 오래된 것이 남으려면 쓰여야 한다.
손보지 않은 기와에는 한 철 만에 풀이 돋고,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마당은 금세 주저앉는다. 저 등불은 관리비이면서 저녁 인사이기도 하다.
다시 위를 본다. 흰 막새들이 처마를 따라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세어보면 어느 줄이 더 길고 어느 지붕이 더 오래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편집부 · Breath.Cul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