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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마주 앉은 한·일, 지방소멸을 함께 풀다

배진경·입력 2026. 06. 26. 오후 12:20:00
민간 이니셔티브 출범과 청송의 기본소득 실험이 같은 주에 겹쳤다
한·일 두 나라가 지방소멸 대응 경험을 나눈 제주
한·일 두 나라가 지방소멸 대응 경험을 나눈 제주 / ⓒ 브레스저널

한국과 일본 민간이 저출산·고령화·지역소멸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인구위기 극복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지난 24일 제주에서 막을 올린 제주포럼의 첫 세션 주제도 '한·일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대응 전략'이었다. 두 나라는 이 세션에서 지방소멸 대응 정책 경험을 서로 꺼내 놓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한·일 정책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인구 감소는 어느 한 부처의 사안으로 끊어 다루기 어렵다. 아이가 줄고 노인이 늘고 마을이 비는 일은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 그래서 이번 논의의 틀도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소멸을 나란히 얹은 형태가 됐다. 9월에는 인구감소대책회의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돼 있다.

같은 시기, 경북 청송에서는 같은 문제가 개인 단위 지급 정책으로 다뤄지고 있다. 청송군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오는 8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자격 확인 절차를 거친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청송사랑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카드 형태로 지역 안에서만 쓰이는 돈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소멸에 맞서 농촌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역화폐로 주는 정책이다. 군은 군비를 더 넣어 지급액을 늘리는 안을 살피고 있고, 화폐를 쓸 수 있는 권역과 가맹점 관리 방안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어디서 쓸 수 있느냐에 따라 15만원의 쓰임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확정되지 않았다.

변화는 사람의 이동으로 나타났다. 6월 11일부터 17일까지 한 주 동안 청송군 전입자는 318명으로 집계됐다. 읍·면별로는 진보면 122명, 청송읍 83명, 부남면 25명, 현서면 25명, 안덕면 23명, 현동면 15명, 주왕산면 13명, 파천면 12명이었다. 인구 유출이 이어지던 지역에서 일주일 사이 300명 넘는 전입이 발생했다.

[일러스트: 시골 마을의 논밭 사이에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놓이고 그 아래로 마을 주민의 몫과 갚아야 할 몫이 나뉘어 보이는 단면 구성 | 캡션: 설치비의 85%는 주민이 갚아야 하는 빚이다]

돈이 지역으로 흘러가는 통로는 하나 더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평가 등급에 따라 지자체별로 수십억원 규모의 예산 차이를 만든다. 행정안전부는 2027년도 평가 가이드라인에 햇빛소득마을 등 특정 사업에 가점을 주겠다고 명시했다. 어떤 사업을 벌일지에 대한 선택이 평가표와 맞물리는 셈으로, 지자체로서는 무겁게 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이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춰 수익을 나누는 사업이다. 정부는 참여를 이끌기 위해 설치비의 85%를 저리 대출로 지원하지만, 이 85%는 결국 주민이 갚아야 하는 빚이다. 부지 매입비는 보조 대상이 아니어서 마을이 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 지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REC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거나 수익을 나눠야 하는 제약도 걸려 있다.

행안부는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이 자부담 15%를 전액 대신 내주거나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선택지를 담은 검토 지침을 각 지역에 내려보냈다. 마을이 짊어질 초기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다. 지역이 스스로 수익원을 갖게 하려는 설계와, 그 설계가 남기는 부채를 어떻게 다룰지가 함께 놓여 있다.

제주에서 오간 논의도, 청송의 15만원도, 마을 지붕 위 패널도 결과적으로 사람이 그 지역에 머무를 이유를 만드는 일에 닿아 있다. 일본은 이 길을 한발 앞서 걸었고, 그 경험이 국경을 넘어 우리 쪽 책상에 올라온 한 주였다. 청송의 지급은 8월에 시작되고, 인구감소대책회의 논의는 9월로 예고돼 있다. 진보면에 새로 이름을 올린 122명이 겨울까지 그곳에 남아 있을지가 이 실험의 첫 답이 될 것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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