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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조 기후금융, 법률로 못 박는다

곽동현·입력 2026. 06. 16. 오후 12:34:00
금융위 기후금융촉진법 추진·전환금융 한국형 절충 설계
탄소 다배출 산업 전환에 들어가는 자금의 갈래
탄소 다배출 산업 전환에 들어가는 자금의 갈래 / ⓒ 브레스저널

금융위원회가 '기후금융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금융 기본계획 수립 절차,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의무와 그 기준, 전문 인력 양성 근거를 법에 담는 내용이다. 그동안 공급 계획과 가이드라인 등 행정 지도 형태로 굴러온 기후금융을 법률 체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확정본이 나오지 않은 제정 추진 단계다.

토대가 된 것은 2026년 2월 발표된 '대한민국의 녹색 대전환(K-GX)을 견인하는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이다. 이 방안에서 기후금융 공급 규모는 790조 원으로 확대됐다. 종전 계획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420조 원 규모였다. 790조 원의 적용 기간은 203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으로 제시돼 있으나 종료 연도 표기가 일정하지 않다.

전체 공급액의 50% 이상은 지방에 돌리고,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에 넣는다는 것이 배분 원칙이다. 뒤쪽 비중은 한 방면 설명에서만 확인된다. 연도별 공급 계획과 정책금융기관 대 민간의 재원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정책이 겨냥하는 온실가스 목표치는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국가 감축목표다. 정부는 2026년 1월 민관합동 K-GX 추진단을 띄웠고, 재정·세제·금융·규제 지원책을 묶은 K-GX 전략을 7월 말 내놓기로 했다. 2월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후를 포함한 ESG 분야를 생산적 금융의 핵심 과제로 꼽았고, 같은 회의에서 활성화 방안이 공개됐다.

핵심 개념은 전환금융이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발전·자동차처럼 탄소를 많이 뿜는 업종이 저탄소 공정으로 갈아타는 데 드는 돈을 대는 금융을 가리킨다. 친환경 사업에 자금을 대는 녹색금융과는 대상이 갈린다. 한국은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세워 녹색채권 등으로 자금을 흘려보내 왔다.

2026년 2월에 나온 한국형 전환금융 정책 가이드라인은 EU식 택소노미 기준과 일본식 기업 전환전략 심사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짜였다. 두 방식을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맞물리게 할지, 판정 세칙은 공개 전이다. 미국이 관련 정책에서 물러서고 EU가 규제 간소화로 돌아선 국면에서, 한국은 제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집행도 움직이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6월 16일 농업·농식품과 반도체 첨단산업 분야에서 3건, 122억 원의 전환금융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4월 외부 컨설팅 기관과 전환금융 전략·운영체계 고도화 작업에 착수해 30건 넘는 후보군을 훑은 끝에 고른 건이다. 이 3건이 2월 가이드라인의 인정 기준을 통과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증기관과 지역은행의 연계도 나왔다. 신용보증기금과 광주은행은 6월 15일 비대면·디지털 금융 활성화 협약과 K-택소노미 적합성 평가지원 협약을 각각 맺었다. 녹색여신 분류와 금리 우대는 광주은행이 맡고, 그 판정의 근거가 되는 적합성 검토서는 신보가 대준다. 두 기관은 하반기에 '은행 연계 Easy-One 보증'도 내놓기로 했다.

다음 확인 지점은 7월 말 K-GX 전략이다. 여기서 세제와 규제 지원의 윤곽이 나오면 촉진법에 무엇이 실릴지 가늠할 여지가 생긴다. 790조 원의 기준 연도와 연도별 배분, 그리고 농업·반도체까지 번진 집행 사례가 전환금융 정의 안에 들어오는지는 그때 함께 따져볼 사안이다.

곽동현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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