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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사흘 만에 왔고, 노동 논의는 뒤에 있다

곽동현·입력 2026. 06. 08. 오후 5:18:00
특별법 발의·엔비디아 방한·아마존 창고 로봇이 겹친 한 주
생산 현장에 로봇이 들어오는 속도와 제도가 따라붙는 시점이 어긋나 있다
생산 현장에 로봇이 들어오는 속도와 제도가 따라붙는 시점이 어긋나 있다 / ⓒ 브레스저널

지난 5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지컬 AI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피지컬 AI는 화면 속 답변에 그치지 않고 로봇 팔이나 바퀴 같은 몸을 갖고 물리 세계에서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같은 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피지컬 AI 협력 상대를 찾아 한국에 들어왔고, 아마존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 새 창고 로봇을 내놨다. 산업을 밀어 올리는 사흘이었지만, 그 로봇 옆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에 관한 제도는 같은 사흘 안에 움직이지 않았다.

특별법의 골자는 실증을 빠르게 돌리는 데 있다. 로봇 운행·학습에 쓰이는 원본 데이터 활용 규제를 풀고, 해외 핵심 인재를 데려올 유인책과 제조업에 AI를 붙이기 위한 기반 시설을 담았다. 규제 샌드박스 창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모으고, 60일 안에 거부 통지가 없으면 특례가 지정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도 들어갔다. 특례 유효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피지컬 AI 특화 실증 테스트베드'의 법적 근거가 붙었다. 지정된 시범지역에서는 규제 신속확인제가 돌아가고 일부 법률 적용이 느슨해진다. 민주당 AI강국위원회 산업분과는 올해 4월 토론회에서 SK그룹·현대자동차·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의견을 들었다. 산업계가 요청한 항목이 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된 셈으로, 반대로 고용 관련 조항은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에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의 발표는 법안보다 구체적이다. 아마존이 공개한 차세대 프로테우스는 최대 400kg을 옮기고, 음성 지시를 언어 그대로 알아듣는다. 이전 세대가 하역 도크 근처에 머물렀다면 새 기종은 물건이 오가는 창고 대부분 구역에서 굴러다니도록 설계됐다. 자체 연구시설에서 시험 중이며 2027년 상반기 유럽 배치를 목표로 삼았다.

같은 발표에 촉각을 감지하는 로봇 벌컨과 물품함 처리 시스템 확대 계획이 함께 실렸다. 아마존은 유럽 물류 시설을 뜯어고치는 데 향후 수년간 100억 유로를 넣겠다고 했고, 유럽 창고 인력 2만5000명을 더 뽑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1년여 사이 본사와 소매·클라우드·영상 부문에서 3만명 규모 감원이 있었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는 AI 도입으로 전체 인력 규모가 몇 년에 걸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사람 몸을 대신해야 할 이유는 통계에도 남아 있다. 한 연구기관 보고서는 2024년 미국 창고 현장의 중대 부상 가운데 56%가 아마존에서 나왔다고 집계했다. 아마존이 고용한 창고 노동자 비중은 39%였으니, 부상은 고용 비중보다 훨씬 두껍게 쏠려 있었다. 자동화는 같은 설비 안에서 위험을 덜어내는 동시에 일자리도 덜어낸다.

국내 완성차 현장에서도 휴머노이드 투입 로드맵이 이미 그려져 있다
국내 완성차 현장에서도 휴머노이드 투입 로드맵이 이미 그려져 있다 / ⓒ 브레스저널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장으로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보틱스 모델을 훈련하고 있으며, 국내 피지컬 AI에 30억달러를 엔비디아와 함께 넣기로 했다. LG는 휴머노이드용 AI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생태계에서 레퍼런스 로봇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50kg을 들고 2m 위까지 팔을 뻗으며 영하 20도에서도 작동한다고 CES 2026에서 소개됐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로봇을 연 3만대 만들고 그중 2만5000대 이상을 자사 생산 현장에 넣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올해 1월 소식지에서 아틀라스 연간 유지비를 1400만원, 생산직 평균 연봉을 1억3000만원으로 대비시켰다.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로봇 투입은 불가하다는 태도이며, 단체협약에 AI·로봇 조항을 새로 넣자고 요구하고 있다.

세금 쪽 논의는 오래됐지만 매번 접혔다. 로봇세는 2017년 빌 게이츠의 제안으로 공론장에 올랐고, 유럽의회는 2015년 보고서 초안에서 실업 가능성과 보완 세금·기본소득을 거론했다가 2017년 2월 최종 결의문에서 두 항목을 뺐다. 미국 정부는 2016년 10월 보고서에서 로봇세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직업교육과 사회안전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24년 12월 관련 보고서를 내는 등 학계에서 논의가 되살아나는 흐름이다.

특례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60일 안에 답이 없으면 특례가 인정되는 규정도 실증을 서두르는 쪽에 맞춰져 있다. 같은 법에 고용 관련 조항이 들어갈지는 상임위 심사에서 갈릴 문제다.

내년 상반기, 유럽 어느 창고에서 무거운 짐이 음성 한마디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장면이 국내 공장 바닥으로 옮겨오는 데 몇 년이 걸릴지는 로드맵에 적혀 있지만,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는 어떤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다. 법안은 발의됐고 논의는 이제 시작된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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