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이 '가나 그레이터아크라주 문화유산 기후변화 대응 역량강화' 사업의 수행 기관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선정했다. 대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나의 성채'다. 남동부 그레이터아크라 지역에 있는 제임스 요새와 어셔 요새를 포함한 여섯 곳이 이번 협력의 범위에 들어간다. 두 기관은 2030년까지 약 5년간 현황 조사와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을 지원한다.
가나의 성채는 1482년부터 1786년 사이 대서양 연안을 따라 세워졌다. 케타에서 베인까지 약 500㎞ 구간에 성곽과 요새 스물여덟 곳이 흩어져 있다. 1979년, 가나가 처음으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린 유적이 바로 이 해안선이다.
돌과 석회로 쌓인 벽은 사백 년 넘게 대서양 연안에 서 있었다. 2019년 강풍에 지붕 일부가 뜯겨 날아갔고, 2021년과 2022년 폭우에는 외벽이 무너지거나 물에 잠겼다. 훼손된 면적이나 복구에 드는 비용은 공개 전이다.
경고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청 과업 내용서를 보면, 강우량 증가와 수위 상승, 강풍 발생 빈도가 성채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1996년부터 이어져 왔다. 삼십 년 가까이 축적된 관측이 이번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사업에는 기후변화 위험 예측 지도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세우는 일이 담긴다. 어느 벽이 어느 계절에 가장 빨리 젖는지, 어느 지붕이 어느 풍속에서 견디지 못하는지를 미리 헤아리는 작업이다. 무너진 뒤 고치는 대신 무너지기 전에 손을 쓰겠다는 것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번 사업을 기후변화 분야에서 한국의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가 시도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의 유산 원조는 실측과 보수, 인력 양성에 집중돼 왔다. 여기에 기후라는 변수가 들어오면서, 보존은 한 나라 안에서 끝나는 일이 되기 어려워졌다.
스물여덟 곳 가운데 여섯 곳만 이번 범위에 들어간 이상, 나머지 유적의 상태를 누가 어떤 순서로 살필지가 남는다. 가나 측 주관 기관과 한국 측의 역할 분담은 확정되지 않았다. 예측 지도가 특정 유적을 우선순위 밖으로 밀어내는 근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실무의 관건이 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칼레드 엘에나니 사무총장을 만나 문화유산 협력 확대를 논의했고, 이때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된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 언급됐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린다.
가나 현지 착수식은 오는 8월로 잡혀 있다. 10월과 11월에는 성채를 관리하는 현장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교육을 받는다. 케타에서 베인까지 500㎞ 구간을 지켜온 관리자들의 경험이 7월 부산 회의의 논의에 반영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