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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3만 명이 이웃 노인의 하루를 챙긴다

배진경·입력 2026. 06. 08. 오전 9:51:00
통합돌봄 노인일자리, 살던 집에서 늙어갈 권리와 맞물리다
안부를 묻는 쪽도 받는 쪽도 일흔을 넘긴 이웃이다
안부를 묻는 쪽도 받는 쪽도 일흔을 넘긴 이웃이다 / ⓒ 브레스저널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까지를 기다리는 사람도, 문을 여는 사람도 노인이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3만 명이 넘는 노인이 '통합돌봄 지원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같은 동네 노인의 하루를 살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6월 7일 이 사업의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줄여서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 흐름에 맞춘 공개다.

참여 인원은 3만 675명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지난 3월 27일 전국 시·군·구 단위로 발을 뗐다. 이 법은 의료와 요양, 돌봄, 주거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방문 진료와 방문간호, 만성질환 관리 같은 재가 의료서비스에 방문요양·방문목욕·주야간 보호, 긴급 돌봄과 응급 안전관리, 주거지원까지 한 묶음이다.

제도가 겨냥하는 것은 살던 집이다. 병원이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지내려면 매일 누군가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 사업은 그 역할을 노인 참여자에게 맡겼다.

참여자가 맡는 일은 건강관리에 몰려 있다. 2만 6419명, 전체의 86.1%가 여기 속한다. 안부 확인과 건강 상태 점검, 복약 지원, 말벗, 병원 동행이 모두 이 항목에 들어간다. 이어 식사 지원 2043명(6.7%), 위기가구 발굴 1145명(3.7%), 주거환경 개선 545명(1.8%), 위생 지원 523명(1.7%) 순이다.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대구에는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가 있고, 전주에서는 '통합돌봄 서포터즈'가 안부를 묻고 건강을 점검한다. 제주의 '병원동행 매니저'는 진료실까지 함께 들어가고, 경남 밀양의 '고쳐드림'은 집을 고치고 안전시설을 단다. 강원의 공공이불빨래방은 이불을 걷어 가면서 사는 형편을 함께 본다.

배경에는 인구가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무렵 1000만 명 선에 이르러 전체의 5분의 1을 넘어섰다. 노인 관련 건강보험 지출은 2020년 37조5000억 원에서 2024년 52조1000억 원으로, 장기요양보험 지출은 같은 기간 8조9000억 원에서 14조8000억 원으로 늘었다. 돌봄 수요가 불어나는 만큼 인력을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인력을 노년층에서 찾은 것이다.

[일러스트: 한 사람의 집을 중심에 두고 의료·요양·주거·식사 등 여러 갈래의 손길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모여드는 단순한 도형 구성 | 캡션: 집을 떠나지 않고도 여러 서비스를 한 번에 받도록 묶은 통합돌봄]

복지부는 이 일이 선의에만 기대지 않도록 다듬는 절차를 예고했다. 오는 9월에는 참여자가 무엇을 어디까지 하는지 정리한 직무 매뉴얼이 나온다. 10월에는 이를 지자체와 수행기관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2027년부터는 수행기관을 평가할 때 통합돌봄 관련 항목을 반영하는 안을 추진한다.

주거 쪽에서도 실험이 이어진다. 대전 대덕구는 주거와 의료, 돌봄을 한 건물에 결합한 케어안심주택 '늘봄채'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노인건강돌봄지도사 양성과정 2기를 열었다. 제도가 위에서 내려오는 동안 지역에서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 병행되고 있다.

남은 논점도 있다. 3만 675명이 어떤 기준으로 집계됐는지, 이들이 주당 몇 시간을 일하고 얼마를 받는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돌보는 쪽 역시 나이가 든 몸이라는 사실도 매뉴얼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9월의 매뉴얼과 10월의 설명회에서 이 부분이 다뤄질지가 남아 있다.

그래도 골목의 풍경은 바뀌었다. 예전에는 혼자 사는 노인의 문이 며칠씩 닫혀 있어도 알아채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비슷한 나이의 이웃이 아침마다 그 문 앞을 지난다. 3만이라는 수는 그 문 앞에 선 사람의 수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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